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마루 Mar 27. 2017

중국에서 떠난 일본 힐링 여행 2

 2016.11.14~18 - 텐진, 하카타 주변

   우여곡절 끝에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서 셔틀을 타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해서 텐진역으로 갔다. 여행 일주일 전 '너희가 예약한 비행기가 없어졌다. 어떻게 할래? 무료로 취소를 해 줄까, 아님 월요일 비행기를 탈래?' 이런 황당한 전화를 받고 동생이 땀나도록 알아보고 예약을 해서 이곳 텐진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리치먼드 호텔이라고 그리 크지 않은 호텔이었지만 텐진역과도 가깝고 텐진 중심가에 있어 주변을 둘러보기도 아주 편했다. 일본은 무엇이든지 다 작다고 동생이 워낙 주입을 시켜놔서 작은 객실도 그러려니 생각됐다.^^ 무엇보다 깨끗한 점은 참 좋았다. 대충 짐을 풀고 일본의 밤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나섰다.


 

  큰 딸이 보면 좋아라 할 피규어 상점도 보이고 '여기가 바로 일본이오' 싶은 가게와 포장마차도 눈에 띈다. 그러나 텐진 중심가답게 대형 쇼핑몰과 면세점, 백화점들이 화려한 밤거리를 수놓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셋 모두 쇼핑을 좋아라 하지 않기에 대충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고 저녁 겸 야식 겸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언니와 동생 모두 일본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편의점 음식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기에 부푼 기대를 안고. 물론 거의 모두 맥주와 그에 따른 안주거리였지만 말이다.^^ 여행 중,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와 깨끗하게 샤워까지 마치고 둘러앉아 마시는 맥주만큼 맛있는 게 있을까 싶다. 더군다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 말해 무엇하리.



하카타역에서 바라본 하카타 시내


   밤에 취해 이야기에 취해 술에 취해 새벽까지 놀다 잠깐 눈을 붙인 후 하카타로 이동했다. 짐을 호텔에 맡기고 찾아간 곳은 다이치노 우동. 동생은 모스버거도 먹여보고 싶어 했지만 우리가 버거를 먹을 속이 아니었다.^^ 지하상가 같은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 나왔다. 마침 점심시간과 맞물려 회사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줄을 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줄 서는 것도 셋이 모두 싫어한다.) 잠깐 고민하다 이 시간이면 어차피 다른 식당도 줄을 서야 할 것 같아 그냥 서 있었다. 가게가 좁고 테이블이 몇 안 되었지만 그래도 미리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방식이라 자리에 앉으면 금방 음식이 나와 회전율이 높았다. 

   주문은 자판기에서 한다. 우리는 동생이 알아서 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만 처음 오는 분들은 미리 메뉴를 알아두고 와야 할 듯싶다. 자판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누르면 기차표 같은 것이 나오는데 그걸 직원에게 주고 기다리면 된다.


  우리가 시켰던 메뉴들. 특히 메밀소바처럼 먹는 찬 우동은 맛이 특이했다. 이 집 면이 우동이라기보다는 우동과 쫄면을 합쳐 놓은 듯한 그런 느낌? 면의 색깔은 투명하고 질감이 쫄깃해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집이라던데 특이해서 먹어볼 만한 집이었다.


   우동으로 속을 풀고 캐널시티에 가겠다고 길을 찾아가다 새로 난 길 같은 곳으로 들어섰다. 8차선은 되어 보이는 큰길에 차는 없고 아스팔트는 새로 깐 듯 깨끗하고 사람들이 모여 서 있는 사이에는 카메라를 든 기자 같은 사람들도 보이고.... 이게 뭔가 싶었는데 아, 싱크홀! 후쿠오카 역 주변에 거대 싱크홀이 생겨서 무너져 내린 길을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났다. 그곳을 이렇게 복구한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있었던 것이고. 참 우연히 재난 투어까지...


      캐널시티에 도착해서 또 쇼핑은 대충~. 집에 두고 와서 미안한 아이들에게 줄 일본 과자며 옷 같은 것을 무인양품과 유니클로에서 사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렇게 짧은 쇼핑을 마치고 맛집이라고 찾아들어간 곳이 덴뿌라 타카오. 하카타 튀김으로 유명한 집이란다.

   우리가 시킨 것은 생맥주 한 잔과 튀김이 몇 종류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였다. 기본적으로 명란젓과 양배추가 들어간 피클 맛 나는 김치는 바로 꺼내 먹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튀김도 바로 튀겨서 한 두 개씩 서빙을 해주는 시스템이라 갓 튀긴 따뜻하고 바삭한 식감의 튀김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다들 먹을 거(술 제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 맛보는 거에 만족.


   두 번째 숙소인 닛코 후쿠오카. 무엇보다 역과 가까웠고 지리적인 위치가 돌아다니기에 아주 좋았다. 물론 깔끔하게 정돈된 객실과 라운지는 기본이고. 객실 크기도 일본이라 생각하면 아주 훌륭하고. 그런데 세 여자 모두 길치라... 더군다나 대도시라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하도에서 나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다 호텔 반대쪽으로 나와 그 큰 호텔 입구를 찾지 못해 이리 돌고 저리 돌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지하도에서 호텔 라운지로 바로 나오는 입구도 있었다는 사실. 그러나 여행은 원래 이리저리 헤매는 게 진리 아니겠어? 


   우리가 갔던 날부터 후쿠오카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이었다. 그러나 시작하는 날이어서 아직은 축제 중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준비 기간 같은 분위기였다. 실제로 다음 주부터 호텔 가격도 성수기로 들어가는 것 같았고 상점들의 행사도 시작되는 것 같았다. 축제가 한창때 왔음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겠지만 사람 많은 번잡한 곳은 싫어하기에 세 여자에게 딱 좋은 때였다. 축제의 분위기를 살짝 엿볼 수는 있지만 그리 복잡하지는 않은 그런 애매한 분위기!

   어두워지자 하카타역 주변 거리에 축제를 위한 조명들이 빛을 내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소품들과 먹을 것들을 파는 크리스마스 마켓들도 운영을 시작했다. 하카타역(JR 하카타 시티)은 규슈 여객철도(JR 규슈), 서일본 여객철도(JR 서일본), 후쿠오카시 지하철 세 개의 철도 노선이 지나는 곳이다. JR 하카타 시티라는 이름처럼 다양한 상점들과 백화점,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이 곳 한 곳만 둘러보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우리가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을 위한 쇼핑에 열을 올렸던 도쿄 핸즈도 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때 이른 축제 분위기에 잠깐 기대 봤다가 또 먹거리 투어. 일본에 와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텐진 호르몬. 그러나 우리는 먹을 거에 그다지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아니라 꼭 그 맛집에 가서 줄을 서서 먹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리고 여전히 배는 고프지 않았고. 그래서 미리 봐 뒀던 호르몬과 술을 함께 마실 수 있는 일본풍의 주점으로 향했는데... 겉에서 봤을 땐 불이 켜져 있어서 영업 중인 줄 알았던 주점이 싱크홀의 영향으로 이번 주까지는 휴업 중이란다, 이런. 그래서 그냥 찾아간 곳에서 먹은 호르몬. 현지 회사원들이 찾는 술집인 것 같았는데 맛은 그다지... 한국의 곱창이 마구마구 그리워졌다.^^


   다음날은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인 온천을 가는 날이었다. 기차를 타야 해서 짐을 모두 싸서 들고 끌고 아침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길치 여자 셋이 모이니 여기서는 내가 길을 안내하게 되더라.^^; 요도바시 카메라를 지도를 보며 열심히 찾아갔다. 우리나라의 전자상가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휴대폰, 전자제품, 각종 피규어, 장난감, 인형, 프라모델 등 재미있는 것이 많다는 곳이지만 우리는 가뿐히 패스. 그곳 4층에 있는 우오베이스시로 직행했다. 

무슨 독서실 같은 분위기다.^^


   우리는 아침 시작 전에 가서 바로 입장했으나 기본적으로 많이 기다려야 하는 유명한 집이다. 나도 가서 보니 이곳 텔레비전에서 봤던 곳이다. 기차가 와서 초밥을 배달해주는 식당. 한국 사람들이 워낙 많이 오는지 한글 메뉴판도 이렇게 친절히 마련되어 있다. 내가 원하는 초밥을 고르고 개수를 누르고 주문하기를 누르면 기차가 초밥을 싣고 열심히 달려와서 내 앞에 멈춘다.

   초밥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든가 하는 아주 뛰어난 맛은 아니었지만 매우 다양한 종류의 초밥이 준비되어 있고 주문하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 때문에 신이 나서 먹게 되는 그런 맛집이었다. 가격도 저렴하게 특히 가족끼리 여행 왔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아주 만족할 식당이었다.


   기차 시간이 남아 들어간 도토루 커피. 어제도 한 번, 오늘도 한 번 빠짐없이 들르고 있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일본이라더니 커피잔도 작다. 난 커피는 큰 머그잔이 넘치도록 먹는 스타일이라 조금은 성에 안 찼지만 일본에 왔으니 일본식으로... 커피를 다 마시고 이제 벳푸 온천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이동!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에서 떠난 일본 힐링 여행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