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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Jun 10. 2017

중국에서 떠난 일본 힐링 여행 3

2016.11.14~18 - 벳푸 간나와 온천 사쿠라 테이 료칸

   드디어 우리 여행의 목표인 벳푸 온천으로 가는 날. 하카타 역에서 JR특급소닉을 타고 출발했다. 역시 기차역도 깨끗하고 기차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중국처럼 기차 타는 데 여권 검사, 짐 검사 안 하고, 열차 시간까지 문 닫아놓고 줄 세워 놓지 않아서 편안했다.


  벳푸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우리가 이틀 동안 묵을 료칸에 도착했다. 간나와 온천의 사쿠라 테이라는 료칸으로 오기 전부터 동생이 적극 추천을 했던 곳이라 기대가 컸다. 물론 여행 프로그램에서 나온 일본 료칸에 대한 영상들도 한몫했지만... 우리가 여행을 떠난 목적이 바로 이 료칸에서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이라 가장 중요한 장소이기도 했다.

  입구에 들어서 체크인을 하고 우리가 묵을 2층으로 올라갔다. 일본 전통의 오래된 가옥은 아니었지만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우리가 묵을 방은 다다미가 깔려 있는 일본 전통식 객실이었다. 베란다로 나가면 객실에 딸린 개별 노천탕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울타리가 있기 했지만 높이가 낮아 혹여 밖에서 보이는 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야외라 경치는 정말 좋았다. 이 료칸은 카운터와 식당, 객실로 된 1층, 객실과 조그마한 라운지(공동 거실 정도라고 봐야 할 정도로 작지만) 그리고 대욕장으로 되어 있는 2층, 옥상으로 올라가는 듯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가족 목욕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한 번쯤 와보기를 꿈꿔왔던 일본 료칸의 분위기어서 너무 좋았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우며  따뜻한 느낌.


   료칸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맛있는 음식들일 것이다. 동생이 하도 노래 노래를 불러서  도대체 어떻게 나오나 싶었는데... 정말 배불러서 아무것도 못할 지경까지 먹을 게 나온다. 그것도 다양한 재료로 맛깔스럽게 만들어 정성스럽게 담아서 말이다. 

식사의 시작. 밑에 깔린 종이에는 일본어로 손님 이름과 오늘 제공될 음식들이 적혀 있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왔더니 깨끗이 정리된 객실에 가지런히 이불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야식과 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이런 게 일본 료칸에서 대접받는 느낌이라는 거구나 싶었다.



둘쨋날 아침, 연기처럼 솟아오르는 것이 온천에서 나오는 수증기이다.

   아침에 조금 부지런을 떨어 옥상에 올라가 야외 가족탕(?)을 구경했다. 조그마한 탕으로 이루어져 있는 방(?)이 7개 정도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 들어가서 마음껏 온천을 즐기고 나오면 됐다. 탕 별로 조금씩 내부가 다르기는 하지만 가족 2~3명이 온천하기에 딱 좋게 꾸며져 있었다.


   저녁식사에 비해 간단하게 나온 아침 식사도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그릇에 담긴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사실 어제저녁 과식에, 밤에 마신 새로운 맥주들에,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았는데도 열심히 먹었다. 


2층 라운지 베란다 밖 풍경

      2층 중앙에 조그마한 라운지가 있는데 베란다 밖 확 트인 풍경도 멋있었지만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커피와 생맥주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생맥주 서버와 커피머신이 있어서 온천을 하는 중간중간에 맛있는 커피와 시원한 생맥주를 바로 내려서 먹을 수 있다. 처음엔 생맥주를 따를 때 거품이 컵 하나 가득이었는데 한 두 번 해보니 금세 맛있게 따라먹을 수 있었다. 온천 후 온몸이 따뜻하고 노곤할 때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 정말 일품이었다.

   

   주변 산책 겸 지옥온천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자 어느덧 저녁시간. 료칸의 저녁 식사는 숙박하는 첫날보다 둘째 날이 배 이상 좋아지고 셋째 날은 어마어마하게 훌륭해진단다. 여건 상 3일을 묶을 수는 없어서 둘째 날 저녁을 먹어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받아 본 저녁식사는 역시나 우리를 과식하게 만들었다. 이틀에 나눠 먹어야만 할 것 같은 메뉴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신선한 회에서부터 소고기 샤브, 생선조림까지...

역시나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메뉴가 적힌 종이


   딸린 아이들, 알게 모르게 챙겨야 하는 신랑들 없이 여자 셋이서 달랑 떠난 여행. 아무 생각 없이, 챙겨야 할 사람 없이, 예쁜 경치가 보이면 구경하고 힘들면 쉬고 맛있는 음식 있으면 먹고 따뜻한 온천에 몸 녹이고. 정말 우리가 여행의 목표로 생각했던 '힐링'의 목적에 부합하는 여행이었다. 덕분에 집에서는 맨날 불면증에 시달리던 언니도 여행 내내 꿀잠을 푹 잘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그리고 조금씩은 부족한 면을 채워주면서, 더 나아가 뭔가를 조금씩 양보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더욱더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이제 중국으로 돌아가면 한동안 이런 호사를 누려보지 못하겠지만 한동안은 이 여행의 행복을 곱씹으면서 뿌듯해하고 행복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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