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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두 아줌마 Feb 10. 2021

중국 미술계 4대 천황 중 하나인
'유에민쥔'

<AD 3009년>

공룡 두 마리가 뒤에서 싸우고 있는데 

반라의 남자 둘이 아주 화알짝 웃고 있다.

앞에 있는 남자는 신나 보이기까지 한다.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저렇게까지 파안대소할 수 있는 걸까.     


AD 3009년 (작품 이름).

앞에서 환호하는 남자는 

이제 막 이 섬에 도착한 듯 보인다. 

오다가 무슨 사고라도 났었는지 

걸친 옷이라곤 겨우 팬티 한 장이고

나무 둥치 하나 부여잡고 겨우 다다른 이곳은 

햇살 좋은 낙원처럼 보인다. 

아마 그는 이렇게 안도했을 거다.

아, 살았다!

먼저 와 있은 듯한 사람이 뒤에서 그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에는 중국 부자들 사이에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검은색 아우디 세단이 

모래사장에 묻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이곳에 자본주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어쩌면, 스러질 줄 모르던 인간의 욕망이 

그들이 피땀 흘려 일군 문명 자체를 파괴했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가 사라지면 행복할 것 같은데

인간은 역시나 과거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뒤에 있는 남자를 못 본 듯한 앞의 남자가 

손가락 하나를 내미는 이유이다.

와, 여기 내가 일착이야. 다 내 거야.

검은 차의 주인인 듯한 검은 팬티를 입은 남자의 동작도 심상치는 않다.

마치 누군가를 찌르려는 듯 소림사 무술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안 될 말이지. 여기 있는 건 이미 다 내 건데...     


육식 공룡이 초식 공룡보다 유리하듯,

그들 사이의 싸움은 유산자의 승리로 끝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나무 둥치를 가진 자가 방심한 상태에서 바보 같이 웃고 있는 사이,

아우디를 가진 자가 절묘하게 뒤에서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후 승리자는 유산자가 될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공룡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바보같이 웃던 남자가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들은 어쩐지 서로를 향해 계속 칼을 겨누게 될 것만 같다.

서로 협력해도 살기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이 섬에서,

서로를 적으로 돌림으로 둘은 더더욱 외로워질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며 웃고 있지만

그건 그냥 웃음이 아니다. 

욕망과 적의가 뒤범벅된 우리네 자화상이고,

피할 방법을 다 알면서도 공멸로 향해가는 어이없는 우리 삶의 현 주소이다.          



“예술가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과거를 부정하고 과거를 새롭게 이해해야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by 중국 현대 미술 4대 천황 중 한 사람인 유에민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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