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두 아줌마 Feb 09. 2021

용서 3


누군가 날 이용하려 들었거나

누군가 내 걸 가져가고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우울해진다.

그래서 그들을 너무 미워했었다.      


말 한마디 곱게 나가기가 힘들었고

다시는 그들을 보고 싶지가 않은 거다.

용서해야 내가 편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을 향한 증오는 멈출 수가 없었다.     


미움은 그저 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갑자기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숨쉬기가 어려워지며

몸이 경직되면서 말 그대로 정말 힘들어진다.

‘소진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더라.     


몸은 서서히 쪼그라들어 없어지려 하는데,

신기하게도 증오의 에너지만 

피구왕 통키가 날리는 강슛처럼 점점 불타오른다.

증오는 연가시와 같다.

자신이 들어앉은 몸속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서서히 숙주를 파괴시킨다.      


그러다 봤다.

원망과 미움으로 ‘파르르’ 떠는 내 모습을.

진짜로 보였다.     

안쓰럽기도 했지만

결코 예쁜 모습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못생겼다고 느꼈다.     


날 이용했든 아니든,

받기를 기대하며 줬던 게 아니었고

그러니 내게 왜 되갚지 않느냐는 외침은 

논리적으로도 공허하고 부질없다.     


올해 난 딱 오십이 됐다.

‘외국 나이로는 마흔 어쩌구’ 하고 싶지만 

그런 유혹 자체가 ‘오십’이라는 증거다.

문득 증오로 이빨을 딱딱 부딪쳐 가며, 

그렇게 늙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의 인격은 그 사람들의 몫.

어차피 통제할 수 있는 건 내 인격뿐이다.


예쁘게, 곱게 늙어가자.

작가의 이전글 신이 당신에게 주신 것? 안 주신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