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날 이용하려 들었거나
누군가 내 걸 가져가고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우울해진다.
그래서 그들을 너무 미워했었다.
말 한마디 곱게 나가기가 힘들었고
다시는 그들을 보고 싶지가 않은 거다.
용서해야 내가 편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을 향한 증오는 멈출 수가 없었다.
미움은 그저 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갑자기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숨쉬기가 어려워지며
몸이 경직되면서 말 그대로 정말 힘들어진다.
‘소진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더라.
몸은 서서히 쪼그라들어 없어지려 하는데,
신기하게도 증오의 에너지만
피구왕 통키가 날리는 강슛처럼 점점 불타오른다.
증오는 연가시와 같다.
자신이 들어앉은 몸속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서서히 숙주를 파괴시킨다.
그러다 봤다.
원망과 미움으로 ‘파르르’ 떠는 내 모습을.
진짜로 보였다.
안쓰럽기도 했지만
결코 예쁜 모습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못생겼다고 느꼈다.
날 이용했든 아니든,
받기를 기대하며 줬던 게 아니었고
그러니 내게 왜 되갚지 않느냐는 외침은
논리적으로도 공허하고 부질없다.
올해 난 딱 오십이 됐다.
‘외국 나이로는 마흔 어쩌구’ 하고 싶지만
그런 유혹 자체가 ‘오십’이라는 증거다.
문득 증오로 이빨을 딱딱 부딪쳐 가며,
그렇게 늙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의 인격은 그 사람들의 몫.
어차피 통제할 수 있는 건 내 인격뿐이다.
예쁘게, 곱게 늙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