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 애민사상
오백 나한상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참으로 다양한 백성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까까머리 동자에서 주름 가득한 할머니까지,
호기심 가득한 아이, 인심 좋은 대머리 아저씨,
다소곳한 아가씨, 얼굴 찡그린 아줌마,
추워서 이불 뒤집어 쓴 할머니 등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성의 얼굴들이죠.
'나한'은 '깨달음을 얻어 공양을 받을 만한 성자'이고
'나한상'은 바로 이런 성자들을 돌로 깎아 만든 상일진데,
갑남을녀 모든 백성이 성자일 리는 없을 터,
그건 우리 민족의 애민사상으로 봐야겠지요.
그만큼 모든 백성을 아끼고 존중하는...
누구에게나 깨달음과 부처의 마음이 가능하다는...
그런데, 계급제가 폐지되고 민주주의가 실현된
21세기에 벌어지는 황당한 사태는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요?
백성들을 개, 돼지라고 칭하지를 않나,
멀쩡한 국민을 불순분자로 왜곡하는 것도 모자라
테러리스트 운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니....
그것도 백성을 주인으로 여기는 고위 공직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
황망하고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깨달음'이란,
'돈과 권력'에 대한 깨달음 외에 아무것도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