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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석 Oct 19. 2017

노참사

노래를 참는 사람들 

<동네 카페에서 반자본의 커피를 내리다>

* 나머지 유명인사들은 책에서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Director's cut (책에 실리지 못한 내용) No.3 


노래를 참는 사람들, ‘노참사’


노래조차 검열당하고 삭제당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슨 욕설이 들어가거나 범죄를 옹호하는 가사도 아닌데 그랬습니다. 부정적이기는커녕 정의와 법치와 인권을 노래했는데 그랬습니다. 민주공화국에서 민주를 말하고 법치국가에서 법치를 말하는 게 금지되었던 지독한 역설의 시대.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이 그랬습니다. 그때는 요즘처럼 블랙리스트도 필요 없었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보이는 즉시 탄압하는 국가 폭력의 시대였습니다. 리스트로 몰래 관리하고 자시고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권력자에 밉보이면 대놓고 몽둥이질하는 몰상식의 시대였습니다.


고래로부터 민중들은 삶의 애환이나 권력에의 저항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기억하기 쉽고, 퍼뜨리기 용이하며, 무엇보다 노래를 통해 분노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여러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것이 탄압받던 시절, 노래로써 민중의 삶을 대변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노래패가 바로 ‘노래를 참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줄여서 그냥 ‘노참사’라고 부릅니다. 애초에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노래조차 탄압하는 독재 권력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찾는’을 ‘참는’으로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싫어하는 노래를 참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신중현이 앨범 재킷에 태극기에 대한 경례 사진을 넣은 것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탄압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고 그들에게는 애초부터 권력자에 대한 저항을 참으려는 의도가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노래패가 꾸려진 이후 실제로는 끊임없이 올바른 가사의 노래를 찾아다녔습니다. 저항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 민중의 애환이 깃든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 노래를 부르기 위해 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좋은 장소를 찾아다녔습니다. 때론 저지당하기도 하고, 영장도 없이 경찰서에 붙들려가기도 했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시민들과 한 마음이었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연대의 매개체였습니다.


군사독재가 종말을 고하고 민주주의가 서서히 뿌리내리면서 노참사의 멤버들도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가면 노래 부르기 더 좋은 시절이겠지만, 그들은 애초부터 전업 가수를 꿈꾸었던 건 아닙니다. 억눌린 사회에서 민중을 대변하는 노래를 지향했을 뿐입니다. 그들은 아마추어 노래패로 남으려 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멤버들은 제각기 본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따금씩 TS Café에 모여서 노래 공연을 합니다. 가능하면 예전의 멤버 모두가 참가하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일부만 참가하기도 합니다. 그들 노래의 성격은 주민들과 함께 부르는 데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노참사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카페에 방문한 주민들과 함께 매장의 안과 밖에서 흥겨운 무대를 연출합니다. 그렇게 카페의 분위기는 무르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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