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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한 인사선배 Oct 17. 2023

1. 스타트업도 조직정치 있어요

스타트업 다니며 대기업이 그리워진 순간들

정치와 드라마가 꼴보기 싫어서 스타트업 왔는데

스타트업의 정치질도 가히 대하소설 급이더라.




<스타트업 다니며 대기업 그리운 순간들>연재 합니다. 

첫 번째 '조직정치' 입니다.


* 일러두기 : 경험과 들음을 토대로 구성합니다
재미와 의미를 위해 일부 각색이 있습니다.
어느 특정 조직, 특정인과 무관합니다.


대기업 10년 넘게 다니며 조직정치를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조직정치사전적 정의부터 알아볼까요.


[출처 : 두산대백과 사전]

조직 구성원이 조직에서 자신이 원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방식으로 행사하는 영향력 또는 자기 위주의 행동.


사전적 정의는 좀 모호합니다. 경험적에 기대어 좀 더

분설을 해보면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어 보입니다.


1. 개인적 야심을 이루기 위해 경쟁자나 비판자를 제거

2. 개인적 안락이나 인정받음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을 이용

3. 집단적 이익 위해 타 집단을 비판하거나 가치판단을 유도


대기업에서는 1, 3번의 현상이 주로 발견됩니다. 2번은 감시체계가 갖춰진 대기업에서 빈번한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1번은 임원급 사이에서의 투쟁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이런 경우입니다.



A대를 나온 전략기획 최고임원이 있습니다. 이 분은 뱀의 꼬리보다는 용의 머리가 되고 싶어서 동기들이 대기업 갈 때에 나 홀로 스타트업 단계의 회사에 입사를 했고 고군분투하여 임원까지 됐습니다.


회사도 다행히 성장하여 대기업 반열에 오릅니다.

그의 꿈은 자회사 하나를 물려받는 것 입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겠죠. (개인적 야심)


그런데 체어맨의 요구사항도 회사규모와 비례하여 날로 늘어나고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워 집니다. 실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전략기획의 리더인 본인이 설명을 해야 합니다. 고민하던 임원은 좋은 핑계를 찾습니다.


"사업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 아닌가. 이번 분기 사업의 부진 원인은 인재충원이 늦어진 것이고 HR임원의 잘못이라고 몰아가자"


전략임원은 창업자를 자주 독대하여 HR 임원의 잘못을 틈날 때마다 지적합니다. 자신의 야심을 이루려면 창업자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되기에 좋은 핑계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HR임원이 잠재적인 경쟁자인 것도 눈에 거슬렸는데 잘됐습니다. 자신은 계열사 중 잘 나가는 사업부를 하나 잡아서 (굳이 주지 않아도 될) 전략적인 조언을 해가며 숟가락을 얹습니다. 은연 중에 HR 임원과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임원들도 포섭하여 점차 전방위적인 압박을 하기 시작합니다.


임원들의 뒷담화가 점차 이사회에도 전해집니다. HR 임원에게 해명이나 설명을 요구하게 되고 궁지에 몰린 HR임원은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창업자는 그의 역량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조용한 한직으로 그를 보냅니다.



.


보통 이런 식의 전개를 거칩니다. 압박이 '착착착' 들어오는 것을 봅니다. 큰 조직 (대기업) 일수록 조직이 돌아가는 방향과 핵심임원의 동태에 대해서 귀를 쫑긋하고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금새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3번의 정치질은 사실 1번과 연관이 큽니다. 경쟁자나 비판자를 제거하는 방법은 보통 '타 집단'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요. 높은 확률로 '개인적인 야심'을 가진 핵심임원의 의지에서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전략기획 수장이 갑자기 핵심 사업부의 사장이 되는 등 현실에는 여러 케이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력 있는 임원이 정치에도 능하면 상대편은 당해내기 어렵습니다. '실력 있는' 의 정의가 중요한데요. 제가 정의하는 '실력'은 숫자를 바꾸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사업의 숫자 (매출, 이익 등)를 잘 바꿔내는 임원이 사내정치에서 승리한다면 그 조직은 미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실력 있는' 을 '보고서 잘 쓰는, 말을 잘 지어내는' 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가짜 실력' 이라고 말합니다.


대기업은 현장의 야전사령관을 우대하기 보다는 창업자 주변의 참모들이 득세하기 쉽고, 이들 가운데 정치질 하는 경우를 많이 겪게 됩니다. 현장과 멀어지며 가짜 실력만 주워 담았기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스타트업에 오면 조직정치가 없을 줄 알았습니다.

왠걸요. 스타트업의 정치질. 대단합니다. 1, 2, 3번의 케이스가 모두 나타납니다.


앞서 설명 드리지 못한 2번의 케이스가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이유는 CEO가 유일한 권력인데 CEO와 직원과의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Seed 시절 회사의 성장을 이끈 임원이 있었습니다. 회사 제1의 목적은 (분별없는, 마구잡이) 성장과 계약 따내기 였고 대단한 일조를 했습니다. 계약의 내용과 고객요청의 위험성은 고려되지 않았고 계약만 따오면 큰 인정을 받았습니다. Seed를 넘어 시리즈 단계를 밟아 나가는 중, 새롭게 영입된 사람들의 (기존에 없던) 이슈 제기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일하면 안됩니다'


해당 임원은 당황합니다. '저들이 나를 왜 공격하지?' 라는 생각도 들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CEO를 믿고 계속 기존 방식대로 일합니다. 조금 지나니 새롭게 영입된 임원도 똑같은 공격을 합니다.


'당신. 이렇게 일하면 정말 안됩니다'


해당 임원은 CEO를 찾아갑니다. 그동안의 공헌과 새로운 계약의 기회를 보여주며 마치 신/구 세력간의 갈등이 있는 것처럼 위기감을 부추깁니다. 계속해서 CEO를 만나 자신의 이익과 위치를 지키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면 3번과도 결합합니다. 부서 단위로 나름의 권력을 휘두르거나 안되겠다 싶으면 가끔 집단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가치판단을 요구합니다.


'이제 갓 들어온 저들이 옳으냐, 이제까지 고생한 우리가 옳으냐'



제가 겪어보니 어떻게 일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 보기보다는, 기존의 생각과 방식대로 일하는 것이 편하고

맞다고 착각하기 때문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틀렸다 라기 보다는 스타트업의 환경 자체가 이런 조직정치가 발생하기 딱 좋기 때문일 겁니다.


스타트업의 정치는 소위 C-레벨, 임원급에서 시작이 되는데 원인은 높은 확률로 딱 2가지로 진단 가능합니다.


첫째, CEO의 역할부족.

둘째, 제대로 된 중간관리자의 부재 입니다.


1) 왜 CEO 인가.

스타트업은 빠르게 MVP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일으켜 투자를 받아내 성장합니다. 그런데 시장의 한계가 있습니다. 금맥을 계속 찾아야 합니다. 결국에는 '방향성'과 '시장성' 그리고 '내부역량'을 찾고 정의하고 바꾸고 고치는 일이 반복됩니다.


"우리는 누구? 여긴 어디? 우리 뭐 해야 해요?" 라는 물음과의 끝 없는 투쟁입니다. 이 물음을 해결하고자 하는 임원들 간의 방향성 대립이 시작되고, 대립의 동기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정치질이 나타나는 이유 입니다. 개인적인 야심이 있는 임원, 개인적인 안락함이나 인정만 있어도 되는 임원, 모든 것을 정석대로 바르게 풀어가고 싶은 임원 등 다양합니다.


이들 속에서 CEO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정치질로 좌초하곤 합니다.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여러 분야 중 적어도 1~2분야는 꽉 잡고 직원들의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리더십은 인품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사업을 이끄는 리더의 리더십은 결국 실력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2) 왜 중간관리자 인가.

CEO의 역할이 다소 부족해도 각 영역의 Manager가 제대로 채용되어 있고,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조직의 정치는 상당부분 해소됩니다. 제대로 된 중간관리자의 기존 성공경험과 조직운영의 노하우가 각 조직별로 잘 분포되어 있다면 임원들 간의 갈등에 "우리 일합시다" 라는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CEO분들도 갈팡질팡 하고, 중간 매니저도 없는 조직은 임원들 간의 갈등에 쉽게 노출되고 조직정치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조직정치의 소용돌이를 지나고 계십니까.

스타트업 오면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을 줄 아셨나요.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해 보입니다.


조선시대 구중궁궐에서의 암투가 극심했듯이 오히려 작은 조직의 정치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고, 조직 재정비를 힘이 들게 합니다.


'정치질' 이라는 3글자를 듣거나 목격할 때마다 대기업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곳에도 조직정치는 있지만, 대기업을 이루기까지 공헌한 CEO분들과 많은 중간 매니저가 있고 감시체계가 있기에 제가 정의한 개념적 조직정치의 2, 3번은 매우 약하게 나타나기 때문일 겁니다.


조직정치가 활발한 곳에 다니고 계신가요.

그 속에서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가야 할까요.


이 이야기는 매거진의 마지막 편에서 해보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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