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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한 인사선배 Dec 13. 2023

시니어를 뽑았는데 자꾸 퇴사한다

그래서 조언 드리는 3가지.

여러 계기로 스타트업 창업자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HR을 오래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창업자, CEO분들의 공통된 고민이 하나 발견됩니다.

 

"시니어를 뽑으면 왜 다 나갈까요. 우리와 하나되는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회사 키우려면 꼭 영입해야 하는 분들인데.."



저도 스타트업으로 넘어오게 된 시니어이고, 함께 넘어온 시니어들의 대거 이탈을 지켜봤으며, 지금도 늘 하는 고민이기에 오늘 몇 가지 제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1. 왜 시니어들은 스타트업을 못 버티고 나가는가?


스타트업 (보통 IPO 전의 시리즈A, B, C) 단계에서 시니어를 영입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재를 통해 기존에 없던 경쟁력 (제품, 서비스, 시스템) 을 확보해서 매출 또는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현 조직에 없던 역량을 인재를 통해 채우는 인재경영 전략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대기업/중견기업에서 성공경험이 있거나 소개 받은 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입하게 되는데요. 이들이 조기 이탈하는 이유는 먼저, 대기업/중견에는 있던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시니어를 받춰줄 맨파워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시니어 하나 뽑아놓고, 스타트업이니 그가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혼자서" 대박의 프로덕트를 내놓을 거라는 기대와 착각에 쉽게 빠지기 때문입니다. 천재 1명이 100명을 먹여살릴 수 있지만, 범재 100명이 제 역할을 못하면 천재도 별 수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인재들 depth가 얇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다음으로 시니어는 머리가 크고 똑똑한데 스타트업 CEO분들의 일하는 방식과 위임 방식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뽑아놓고도 믿지 못하고 위임을 하지 않거나, 얼라인 이라는 구호 하에 CEO의 생각을 [그대로] 수용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니까 속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시니어를 제끼고, 팀원들과 바로 소통해서 혼란을 주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2.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시니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요. 기존의 인재든, 외부 영입이든 원팀을 잘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시니어 혼자 절대 판을 못 바꿉니다. S급 1명이 판을 뒤집을 확률은 너무 낮고 도박에 가깝습니다. 프로스포츠를 보세요. 현명한 구단은 우승을 위해 기존팀의 훈련을 강화하고, 여기에 1~2명의 올스타급을 영입해서 시너지를 냅니다.

기존 인재들이 별로인데 시니어만 뽑고 "알아서 하겠지"하는 것은 인재경영이라 쓰고 도박이라 읽는 것에 가깝습니다.


실무를 할 수 있는지를 반드시 보셔야 합니다. 대기업/중견에서는 기존의 시스템이 있고 인력이 있기 때문에 관리만 잘해도 성과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회사들이 잘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얹혀서 성과를 낸 것일 수도 있고요. 영입 시에 실무와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핵심특성인 "무에서 유를 만들 각오와 성숙함"이 있는지를 반드시 보셔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황무지이고, 사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경험이 없는 분들이 막연한 환상을 갖고 계십니다. "에이, 뭐라도 있겠지, 설마"...네. 아무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거친 환경인 것을 미리 알고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는 성숙함을 거듭 체크하셔야 합니다.


제발 위임을 하세요.

CEO님들께서 시니어를 뽑으셨다면 효과적으로 제대로 위임하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방식대로 실무자를 직접 핸들링 하거나, 시니어에게 "나에게 얼라인해"라는 태도는 그들의 조기이탈을 부추깁니다.


뽑을 때는 최대한 신중하시고, 뽑았다면 믿으시고, 위임을 고민하세요. 그리고 그 아낀 시간에 CEO 본연의 다른 가치있는 업무에 집중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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