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_FOL-94B9cE?si=kL1mbTnCOtVinuP9
(앨범 커버가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정말 적극 추천하는 곡입니다)
키린지의 <Aliens>는 서정적이고 리듬감 있는 멜로디와 함께 부드럽게 흐르는 악기소리가 적절히 조합되어 제가 참 오랫동안 애정하고 있는 곡인데요. 언뜻 들으면 산뜻한 낭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듣다 보면 아련하고 씁쓸한 낭만을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밤 산책과 함께 듣기에 이 곡보다 적절한 곡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참 좋아합니다.
제목이 '외계인들'인 만큼 가사 속에서도 '외계인'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같이 춤추자,
자, 달링 라스트 댄스를
우울한 뉴스가 일출과 함께 도시에 내리기 전에
마치 우리들은 에일리언즈
금단의 열매를 한 입 베어 물고서 달의 뒷면을 꿈꾸지
듣다 보면 가사 속 주인공들이 얼마나 사회와 동떨어져 있길래 자신들을 외계인이라고 말할까 생각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해석으론 그들이 뭔가 사회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한 것으로 추측되죠.
하지만 외계인 내지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감각은 어느 정도 익숙한 감각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대학을 다닐 때 유난히 많이 느꼈던 것 같은데요. 저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무언가를 온전히 이해하고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덕분에 몸이 많이 고생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그냥 냅다 시간을 많이 때려 박는 방식이었죠. 무언가 이해되지 않아도 일단 무식하게 외워버리면 문제는 풀렸기 때문에 5번, 6번 이상 손으로 노트에 적으면서 외웠습니다. 한정된 시간에 이런 방법을 써야 했기 때문에 늘 과목 몇 개 정도는 포기하고 시험을 치렀죠.
그래도 혼자 고생하는 건 그렇게 고통스럽진 않았습니다. 저만 참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대학 동기들과 수업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참 난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업 직후엔 내용이 아직 이해되기도 전이고 외울 틈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백지인 상태였죠.
그럴 때 동기들이 막 이러저러한 부분들이 요래 저래 이해되는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면 정말 말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 순간만큼 스스로가 외계인처럼 느껴졌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이런 느낌을 더 이상 받진 않겠구나 하는 마음에 얼른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습니다. 그 기대가 깨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더군요.
회사에서 요구되는 삶의 자세나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 중 대부분이 저랑 그리 맞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내 성정 대로 회의를 진행했을 때 나는 만족해도 주변 상사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살면서 삶의 태도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딱히 없는데 회사에서 처음 듣기도 했죠.
결국 여기서도 이 집단과 비교하면 내가 외계인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외계인은 지구를 마음대로 떠날 수라도 있지 이제 저는 마음대로 떠나지도 못하니 외계인보다 더 못한 처지일 수도 있겠네요. 젠장
그래서인지 키린지의 <Aliens> 속 가사가 특히 마음에 많이 와닿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자신들이 사회에서 환영받지 않는 외계인일 것이라는 씁쓸함이 있음에도 그것을 말랑말랑한 멜로디와 따듯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통해
함께 더 사랑하고
또
함께 아무도 보지 못한
달의 뒷면을 꿈꾸자고
말해주는 키린지의 <Aliens>가 큰 위로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