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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시랜드 Mar 11. 2024

신의 선물인 항생제, 독이 되지 않도록

세바시 조교글 EP.14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버텨냈지만, 인류는 여전히 새로운 위협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예상치 못한 위협도 있었고, 기후변화처럼 인류가 만들어낸 위협도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 인류에게 더욱 치명적인 위협이 있는데요. 


바로 항생제 내성균입니다.


1928년 알렉산더 플래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많은 항생제들이 개발되어 수많은 감염병 치료에 이용되었습니다. 항생제 덕분에 인류의 평균 수명은 20년 정도 증가되었고, 20세기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라고 할 만큼, 지금의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항생제는 다른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물질로,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세균이 특성을 변화시키며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면, 자신의 유전자를 다른 세균에게 전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항생제 저항성을 갖게 됩니다. 세균이 항생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상태, 즉 슈퍼 박테리아가 되는 거죠.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는 속도는 새로운 약이 개발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위협입니다. 


그럼 이런 항생제 내성은 왜 생기는 걸까요?

우리는 건강을 해치는 세균을 박멸하기 위해 항생제를 복용합니다. 하지만 이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세균이 항생제에 적응하게 되고, 새로운 항생제의 공격에 버티기 위해 변이를 일으키게 돼요. 즉, 기존 항생제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방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후에 공격이 또 이루어질 경우를 대비하는 거죠.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처방받은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항생제 내성 문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루어서도 안 되는 문제입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10가지 중 하나로 항생제 내성을 꼽았습니다. 기후변화와 비슷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보다 다음 세대에게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협인데요. 


코로나로 인한 한국인 사망자는 약 3천 명 정도인데,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한 사람은 연간 4천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우리에게 피해가 없고, 또 기후위기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항생제 내성을 가볍게 여기고 있어요.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복지부, 질병처, 식약처, 농식품부, 해수부가 공동으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마련하여, 항생제 내성 문제 방지를 위해 범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국제식품규격위원회 항생제 내성 특별위원회에서, 식품과 관련된 항생제 내성 문제의 합의를 도출하기도 하는 등,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그러나, 우리 개개인도 각자의 자리에서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입니다. 

항생제 내성균 감염 예방을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1.   올바른 항생제 처방
최대한 항생제 복용을 줄여 몸속의 균이 내성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의사의 정확한 진단 아래 복용함으로써 불필요한 항생제 복용을 줄여야 합니다.

2.   정해진 용량과 기간 준수
내성균이 쉽게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정해진 용량과 기간을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증상이 완화되면, 처방받은 용량을 모두 복용하기도 전에 중단해 버리는데요. 완전히 박멸되지 않은 채 잔재한 병원균은 오히려 내성균으로 변이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세균에게 항생제의 정보만 주게 된 꼴이 되어버리는 거죠. 

3.   개인위생 관리
세균은 비누를 이용한 손 씻기, 알코올 소독만으로도 쉽게 박멸됩니다. 

항생제 내성균 보유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개인위생 관리는 필수적입니다.

4.   식품을 통한 항생제 내성균 감염 주의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 농작물, 어류 양식에서도 항생제를 이용합니다. 이곳에서 오남용되어 생겨난 슈퍼 박테리아들은 식품을 통해 인체에 유입되는데요. 오염된 물이나 가축과의 접촉, 분변을 멀리하고, 항생제가 사용된 식품의 섭취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3년이 넘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또 여전히 희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뼈아픈 시간을 버티면서, 적절한 사회적 시스템만 준비된다면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이루어냈던 K-방역으로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장 빨리, 우리의 생업을 지켜나갔던 경험처럼요. 


항생제 내성균 문제에 대해서도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위해, 또 다음 세대를 위해 함께 모여, 

신의 선물인 항생제가 독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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