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조교글 EP.16
여러분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어린 시절의 몇몇 순간들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삶에 영향을 주고, 어쩌면 평생 동안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행복과 사랑으로만 가득 채워도 모자랄 그 시절, 오늘의 주인공 봉태규 연사는 큰집에 얹혀살며 눈칫밥을 먹던 기억과 혼자 울음을 삼키던 기억으로 가득 찼다고 합니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거 아니다.”라며 우스갯소리로 농담을 건네지만, 사실 그 농담 속에는 담담하게 묵혀왔던 어린 시절의 결핍이 있었습니다.
늦둥이 막내를 큰집에 보내야 할 만큼 어려웠던 가정형편에, 봉태규 연사는 우연한 계기로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배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배우일을 하며 번 돈들은 집안의 빚을 갚는 데 쓰였고, 건강이 악화되고, 송사에 휘말리고, 또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는 등 고난들이 한순간에 맞닥뜨리게 돼요. 힘든 현실에 우울증, 공황장애, 수면장애 등등 마음의 병까지 얻게 되었지만, 하시시박 작가님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남편이 되고, 또 아빠가 되며, 삶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어린 시절의 결핍이 있었기에, 봉태규 연사는 더욱 좋은 남편, 따뜻한 부모를 꿈꿨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둘째 딸아이가 허락을 받고 뽀뽀하라는 말을 단호하게 건넸다고 하는데요. 아이의 말에 무안하고 서운했지만, 아빠도 충분히 거절당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아내의 말에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부모여도 자식에게 거절당할 수 있고,
서로 존중하고 거절할 수 있는 관계가 진정 건강한 관계라고 말이에요.
“아이에게 배울 줄 알고, 잘못도 인정할 줄 아는 어른”
봉태규 연사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또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은,
아이들은 마음을 내어주는 데에 있어서 아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또 고갈되지 않아 아낄 필요가 없지만, 우리 어른들은 괜히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는 여러 핑계를 대며 마음을 아끼기도 합니다. 아낄 필요가 없는 데 말이에요.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봉태규 연사는 조금 늦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기 전까지,
변변한 직업이 없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워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상처만 주었다고 하는데요.
중학생 시절, 항상 만 원짜리 뭉치가 있었던 아버지의 양복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빼갔던 철없는 도둑질은 다행히 들키지 않고 지나갔지만, 시간이 흘러서 다시 아버지의 양복을 보니, 천 원짜리 뭉치가 있었다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품 정리를 하다가, 연사님의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이고 여기 그대로 있네. 이 영감탱이는 꼭 천 원짜리를 여기에 두고. 혹시 누가 가져가면 어떡하냐고 뭐라 그랬는데, 그럴 때마다 태규가 나중에 용돈이라도 필요하면 꺼내두기 편하게 거기 둔 거라고 하더라고.”
사실 봉태규 연사가 아버지의 돈을 조금씩 가져갔다는 사실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었죠.
생활비가 부족했던 상황에서도, 만 원짜리를 천 원으로 바꾸어 채워 넣으면서도, 아버지만의 방식으로 아들을 기다려주고, 또 훈육했던 것이었어요.
무뚝뚝했다는 아버지는 몰래 사랑을 주고 계셨던 것이죠.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사실은 아버지만의 사랑이 가득했다는 사실과, 아버지가 주신 사랑보다 자신의 상처를 더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는 더욱 단단하게 다져갈 수 있었다고 해요.
“마음을 아낌없이 주고 쓸 줄 아는 넉넉함”
"받은 상처보다는 받은 사랑을 연결할 줄 아는 것"
아직도 여전히 단단하고 ‘괜찮은 어른’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 조건을 되새기고 노력하며,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봉태규 연사.
끝이 없는 과정이지만 노력하며 사랑을 베풀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더욱 ‘괜찮은 어른’이 되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