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글 : 류재언 변호사, <협상바이블> 저자]

by 세바시랜드

일하는 모든 순간은 협상의 연속이다. 우리는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계약을 따내는 것부터 연봉 '협상'까지, 직장 생활에서 중요한 성패는 모두 커뮤니케이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일 잘하는 사람(일잘러)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일잘러가 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협상 관점에서 크게 세 가지(누가, 언제, 어디서)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1. 누가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협상 테이블에 들어서기 전에 누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동일한 메시지도 누가 전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에 앞서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략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의사결정권자가 협상 테이블에서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협상에 더 유리할까?

만약 시급하게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거나 상대방도 의사결정권자가 참여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측도 의사결정권자가 협상 테이블에 직접 참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의사결정권자가 협상 테이블에 참석하는 것이 오히려 협상 결과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가 즉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질 때, 협상 실무자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의사결정 권한자가 아니기 때문에 확인해본 다음 말씀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발뺌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측 의사결정권자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면 상대방은 집요하게 의사결정권자를 공략하여 원하고 싶은 대답을 이끌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면서도 방어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있다. 협상 테이블에 의사결정권자는 직접 참석하지 않지만, 협상 테이블에 참석한 협상 실무자 중 한 명에게 의사결정권자와 실시간으로 메신저를 활용해서 협상 테이블의 주요한 상황을 공유하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 메신저를 통해서 지시를 받는 방법이 그것이다. 주로 해외에 본사가 있는 외국계 기업이 협상을 할 때 이러한 전략을 자주 활용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활용가치가 있는 전략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2. 언제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A는 일주일 동안 열심히 제안서를 준비했다. 심지어 주말까지 반납하며 제안서의 완성도를 높인 다음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의 제안서를 완성했다. A는 완성된 제안서를 일요일 저녁 8시에 고객사 담당자 B에게 이메일로 보낸 후, 문자를 보낸다. 제안서를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B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제안서의 완성도에 감탄할까? 글쎄다. 일요일 저녁 8시는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흐르는 시간이자 세상의 모든 존재에 화가 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저런 문자를 받게 된다면 B는 제안서를 열어 보기 전부터 짜증이 몰려올 것이 뻔하다. 아무리 제안서가 완벽하다고 할지라도 B는 A의 배려 없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인해 생성된 부정적 선입견에서 사로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설득에 있어 시간적 감수성은 필수적이다. 혹시 상대방이 불편해할 수 있는 타이밍은 아닌지,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 언제인지에 대해 사전에 고민해보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앞선 사례에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가장 집중해서 제안서를 검토할 수 있는 시점에 메일을 보냈더라면 설득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3. 어디서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협상 장소는 어디로 정하는 것이 좋을까? 안방에서 협상하는 것이 유리할까? 상대방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제3의 장소가 유리할까?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안방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본인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무팀을 갖추고 있는 기업의 계약 담당자가 협상 장소를 본인의 회사 사무실로 정해서 협상을 진행한다고 가정해보자. 계약 협상 도중 급하게 변호사의 의견이 필요할 때, 담당 변호사를 직접 불러 의견을 듣는다면 협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주는 장점도 있다. 평소 투철한 경영철학으로 존경해오던 경영인이 있다. 그분이 경영하는 기업에는 늘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인간적 매력까지 갖춘 분들이 모여들었다. 필자는 어느 날 그분을 만난 자리에서 평소 궁금했던 부분을 여쭈어 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뛰어난 분들을 모시고 올 수 있었나요?”

“일단 주위에서 뛰어나다고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먼저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그리고 상대방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고 우리 기업의 이야기도 하지요. 그렇게 호감과 공감대를 쌓은 다음, 실제로 그분이 우리 기업에 필요하다고 확신이 생기면 다시 그분을 만납니다. 이때는 제가 직접 그분이 있는 곳으로 찾아갑니다. 창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인이 자신을 모시기 위해 직접 자기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서 부탁하면 이미 상대방은 마음의 빚을 지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100%는 아니지만, 저는 대부분 이러한 방법으로 상대를 설득시키고 그들을 회사로 모셔올 수 있었습니다.”

협상 상대방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협상을 진행하면, 상대방으로서는 내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으며 이번 거래를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한 상대방의 사무실이나 생산시설에 직접 방문하여 평소에는 파악할 수 없었던 정보들을 얻을 기회를 얻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 제3의 장소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양측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면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도 있고, 어느 일방의 장소에서 협상을 진행할 때 비밀 유출 등이 우려되거나 협상력의 무게중심이 기울게 될 우려가 있다면 제3의 장소를 협상지로 정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1차 회담을 싱가포르에서, 2차 회담을 베트남에서 진행하였는데, 미국이나 북한 어느 한 나라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기에, 애초에 제3국 중 거리와 안전, 의전, 기밀 유출, 협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제3국으로 정한 것이다. 협상 장소뿐만 아니라, 심지어 협상 테이블과 자리 배치까지도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 사각 테이블은 서로 대치하고 있는 느낌을 주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측면이 있는 반면, 원형 테이블은 적대적인 느낌을 줄이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이처럼 일 잘러들은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기 위해서 사전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고, 누가, 언제, 어디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지에 대해 디테일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결국 이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협상 결과에 있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