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보낸 입춘대길
푸른 지구별의 상하이 공항 정거장에서 입춘대길 인사 보냅니다. 글로벌 보부상 보따리를 들고 공항과 공항 사이를 헤집고 다닌 생의 시간들이 코로나-19의 덕분에 이제는 육즙처럼 몸 세포에 각인된 여행의 기억으로 베어 있습니다.
한 때는 돈 못 벌어도 좋은 내 맘대로 사는 여행작가를 꿈꾸었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하다가.. 이제는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검투사 경영자의 길을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어스름 새벽 동방명주의 불빛 등대 삼아 황포강을 건너온 나그네가 상하이 공항 귀국길 문득 눈에 띈 칭다오 아침 맥주 빈 속 한 모금으로 치열하게 지나온 보부상의 새벽정신을 깨우며 먼 길을 재촉하는 출장가방 인생의 무거움을 위로받습니다.
오래전 서점 책장에서 거의 사라진 1985년판 범우 문고판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을 꺼내어 공항 대합실을 타임머신 삼아.. 서슬 퍼런 청년으로 다시 돌아가 한 줄 한 줄 찬찬히 읽어 봅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로 시작된 첫 문장을 읽으며 나의 미래는 이 글처럼 새로운 장소와 시간을 찾아갈 것이며 그 시간과 장소는 나의 목적성과 의지에 달렸다고 20대의 내가 일기장에 기록한 기억이 문득 새롯하게 나는군요.
푸른빛 지구별의 추운 '설국'의 겨울은 가고 '매화'의 봄이 시작됩니다. 계절은 공전하여 돌고 우리네 삶도 계절을 따라 돌고 돌아간다면 불교의 '윤회'처럼 다시 생의 기회가 또 올까? 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만일 다음 생을 산다면 이 푸른 지구별의 행복을 다른 이 보다 많이 누렸으니 배고프지만 누군가와 생의 고달픔 속에서도 연탄재 같이 뜨거움을 나누는 작가적 삶을 한 번 선택해 보고 싶습니다. 이번 봄도 서남쪽 상하이에서 매화와 목련의 소식과 함께 시나브로 꽃 피우겠지요.
나마스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