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by 변미용

태풍 마이삭이 지나면서 조양강변 능수버들의 큰가지를 부러뜨렸다.

말이 큰 가지이지 장정 몸통보다도 더 큰 가지가 부러질 정도였으니 바람이 무서울 정도였나보다.

또다른 태풍이 오고 있어 비내리는 저녁 시간,

큰맘먹고 우산쓰고 나가보았다.

정말 사람이 없다.

게다가 금세 떨어진 기온은 괜히 사람을 움츠러들게했다.

며칠전보단 약해진 황토빛 강가에 부러진 나무들이 톱으로 잘려져 있었다.

음악 한 곡이 끝날때까지 한참을 가만히 서서 나무와 강물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굵은 나무도 부러지는구나.

바람이...참...세네.

지금 올라오는 태풍에는 무사하겠지.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그늘이 되고,

오가는 철새들에게는 쉼터가 되고

한 철 매미에게는 뜨거운 부르짖음이 되고

그 길 걷던 내게는 푸근했던 나무를 추억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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