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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잇나잇 Mar 18. 2020

코로나로 어지러운 이 시국에 나는

어여 여름이 올까 싶어 설레는 나는

 코로나로 노르웨이도 거의 모든 것들이 셧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유치원과 대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들, 헬스클럽, 도서관, 박물관 등등이요. 프랑스나 다른 코로나 발병률, 사망률이 높은 타 유럽지역처럼 지방을 셧다운 하거나 사유서가 없이 외출 금지 등은 내려지지 않았지요. 저는 오슬로 안에서도 주택들이 모여있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모든 집들이 자기 만의 정원이나 앞마당 등을 가지고 있지요. 저희 집 거실 창으로 밖을 보면 저희 앞집이 보입니다. 앞 집엔 초등학생 소녀 두 명의 가족이 살고 있어요. 학교를 못 가게 되자 이 소녀들은 매일 같이 마당에 놓인 트램펄린에서 놉니다. 방방 뛰며 한 시간여 정도를 놀다가 야외에 놓인 소파에 앉아 엄마가 건네주는 간식을 먹습니다. 그리고 제 일과 중의 하나는 이 소녀들이 어떻게 마당에서 노나 지켜보는 것이 되어버렸네요. (일부러 보는 건 아니고 창이 마침 딱 그쪽을 향해 있습니다.) 

 장을 볼 겸 신랑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이번 해 들어 거의 처음으로 영상 10도가 넘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늘의 구름마저도 다르게 보이네요. 여름이 온 듯 뭉게뭉게 하아얀 구름이 파아란 하늘에 둥둥 떠다닙니다. 볼을 스치는 바람마저도 차다는 느낌 대신, 봄내음을 데려온 기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고 뭐고 여름을 기다려온 제 맘에는 나비들만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기분입니다. 

 저만 봄이 온 걸 느끼는 건 아닌가 봅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마당에 나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막 3살이 돼 보이는 두 아가들이 뒤뚱거리며 서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고요, 저기 초등학생 아이도 마당에서 트램펄린을 뛰고 놀고 있네요. 그 옆집의 중학생 정도 보이는 소년 둘은 농구 공대에 공을 던지며 놀고 있고요. 아 깜짝이야. 어느 집 앞마당의 트램펄린을 둘러싸고 있는 철망에는 소녀가 철봉 하듯이 거꾸로 매달려 있네요. 놀랐다가 웃음이 터집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창의적으로 노는 방법을 생각해낼까요. 조금 더 지나니 할머니는 강아지와 산책 중이고요. 이 강아지는 자꾸만 자기 산책 줄을 자기가 무네요. 집으로 더 가까워지는 길, 이 코너를 돌자 이번에는 소녀 둘이서 집에 설치된 테니스공 치기를 하고 있어요. 가운데 막대에 줄이 매달려있고 그 줄끝에 있는 테니스 공을 치는 건데 두 소녀 다 공을 맞히지는 못하고 공이 혼자 알아서 돌아가고 있네요. 

 사람들이 이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마당에서 봄을 즐기는 모습이 보이자 제 맘에도 이미 여름이 온 듯합니다. 이 곳의 길고 어두운 겨울이 힘들었던 저에게 제 신랑과 시어머니는 항상 '여름은 다를 거야.'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죠. 저와 같은 처지의 이민자 친구들도 어쩐지 다 한겨울에 이 곳에 도착해서는 다 같이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봄마저도 이렇게 다른 기분인데 여름은 또 얼마나 달라질까 싶어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내내, 그리고 이 길을 쓰고 있는 아직까지도 제 맘은 봄이 한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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