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어지러운 이 시국에 나는

어여 여름이 올까 싶어 설레는 나는

by 나잇나잇

코로나로 노르웨이도 거의 모든 것들이 셧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유치원과 대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들, 헬스클럽, 도서관, 박물관 등등이요. 프랑스나 다른 코로나 발병률, 사망률이 높은 타 유럽지역처럼 지방을 셧다운 하거나 사유서가 없이 외출 금지 등은 내려지지 않았지요. 저는 오슬로 안에서도 주택들이 모여있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모든 집들이 자기 만의 정원이나 앞마당 등을 가지고 있지요. 저희 집 거실 창으로 밖을 보면 저희 앞집이 보입니다. 앞 집엔 초등학생 소녀 두 명의 가족이 살고 있어요. 학교를 못 가게 되자 이 소녀들은 매일 같이 마당에 놓인 트램펄린에서 놉니다. 방방 뛰며 한 시간여 정도를 놀다가 야외에 놓인 소파에 앉아 엄마가 건네주는 간식을 먹습니다. 그리고 제 일과 중의 하나는 이 소녀들이 어떻게 마당에서 노나 지켜보는 것이 되어버렸네요. (일부러 보는 건 아니고 창이 마침 딱 그쪽을 향해 있습니다.)

장을 볼 겸 신랑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이번 해 들어 거의 처음으로 영상 10도가 넘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늘의 구름마저도 다르게 보이네요. 여름이 온 듯 뭉게뭉게 하아얀 구름이 파아란 하늘에 둥둥 떠다닙니다. 볼을 스치는 바람마저도 차다는 느낌 대신, 봄내음을 데려온 기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고 뭐고 여름을 기다려온 제 맘에는 나비들만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기분입니다.

저만 봄이 온 걸 느끼는 건 아닌가 봅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마당에 나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막 3살이 돼 보이는 두 아가들이 뒤뚱거리며 서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고요, 저기 초등학생 아이도 마당에서 트램펄린을 뛰고 놀고 있네요. 그 옆집의 중학생 정도 보이는 소년 둘은 농구 공대에 공을 던지며 놀고 있고요. 아 깜짝이야. 어느 집 앞마당의 트램펄린을 둘러싸고 있는 철망에는 소녀가 철봉 하듯이 거꾸로 매달려 있네요. 놀랐다가 웃음이 터집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창의적으로 노는 방법을 생각해낼까요. 조금 더 지나니 할머니는 강아지와 산책 중이고요. 이 강아지는 자꾸만 자기 산책 줄을 자기가 무네요. 집으로 더 가까워지는 길, 이 코너를 돌자 이번에는 소녀 둘이서 집에 설치된 테니스공 치기를 하고 있어요. 가운데 막대에 줄이 매달려있고 그 줄끝에 있는 테니스 공을 치는 건데 두 소녀 다 공을 맞히지는 못하고 공이 혼자 알아서 돌아가고 있네요.

사람들이 이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마당에서 봄을 즐기는 모습이 보이자 제 맘에도 이미 여름이 온 듯합니다. 이 곳의 길고 어두운 겨울이 힘들었던 저에게 제 신랑과 시어머니는 항상 '여름은 다를 거야.'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죠. 저와 같은 처지의 이민자 친구들도 어쩐지 다 한겨울에 이 곳에 도착해서는 다 같이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봄마저도 이렇게 다른 기분인데 여름은 또 얼마나 달라질까 싶어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내내, 그리고 이 길을 쓰고 있는 아직까지도 제 맘은 봄이 한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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