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이란
예전부터 한창 미디어에서 떠들었던 '복지 천국 = 북유럽'이라는 프레임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완전히 새로운, 무시무시한 이벤트로 인해 무너지고 있고 대신 '한국'이 새로운 '국민을 위하는 복지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미디어에서 씌운 복지 천국이라는 북유럽, 그중에서도 물가가 제일 비싸기로 유명하고, 돈이 많기로 유명한 노르웨이. 그곳에서의 생활 5개월 차의 한국인이 본 코로나에 대응하는 노르웨이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노르웨이는 3월 초부터 대부분의 것들이 폐쇄에 들어갔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박물관부터 도서관까지, 심지어는 식당, 카페 등등도 문을 닫거나 앉을 수 있는 좌석을 없앰으로써 실내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방지했다. 또한, 가능한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정부 관련 기관들도 문을 닫거나 일의 진행시기가 무척이나 느려지게 되었다. 꽃가게, 약국 등의 가게 앞에는 최대 5명 또는 7명 등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 수에 제한을 두었다.
노르웨이의 인구는 한국의 10분의 1 정도 되는 5백만여 명. 땅은 6배가 크다. 그러니 인구 밀도가 어떻겠는가. 수도인 오슬로의 인구도 채 1백만이 안 되는 7십여만 명이 못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오슬로의 외곽 지역. 여전히 오슬로 안이지만 주택가인 이곳에서는 집 밖으로 산책을 나가거나 장을 보러 가도 마주치는 인구 자체가 별로 안된다. 코로나로 사람들 간의 지켜야 할 거리가 1미터에서 2미터로 늘었지만 그게 전혀 어떤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 때 인터넷에서 보고 진짜인가 하고 엄청 웃었던 '북유럽 사람들이 버스 줄 서는 방법' 사진과 똑같은 장면을 나는 이곳에 오자마자 바로 보았다. 원래 그런 곳이다. 코로나가 있든 없든 개인의 공간범위가 넓어 줄을 설 때면 원래 2미터 정도는 띄어서 서고, 버스 안의 모든 자리가 한 사람씩 앉아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굳이 다른 사람 옆에 가서 붙어 앉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에 약국과 마트의 계산대 점원 앞에 투명 플라스틱 판으로 침튀김 방지 벽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똑같다.
원래 야외에서 산책이나 스포츠, 공원에서 놀기 같은 게 아니고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춥고 밤이 긴 겨울이 있는 나라라서 그런 건가 혼자 생각해본다. 한 겨울에 노르웨이로 오게 돼서 밖에 딱히 무언가를 하러 나갈 것도 없던 상황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기니 심심해졌고 도대체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 긴 겨울은 뭘 하고 지내는 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노르웨이의 한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뭘 하고 지내나요?"
대답들은 이랬다. "노르웨이인들 술 많이 마셔요.", "친구 집들 초대 많이 가고 초대 많이 해요.", "보드게임 많이 하고 게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 원래 집돌이/집순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해봤자 이들의 생활에 크나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예전처럼 집에서 보드 게임하고, 넷플릭스 보고, 요리해 먹고 그렇게 산다. 배달 식문화는 원래 자리잡지 않았던 곳이고, 비싼 물가로 인해 외식도 드문 나라다. 원래 삼시세끼 요리를 해 먹는 나라이고 그러다 보니 그것도 달라진 게 없다.
일요일이면 마트부터 모든 쇼핑센터들이 다 문을 닫으니 원래 주말이면 야외에서 스포츠를 즐기거나 집에서 놀았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로 인해 쇼핑센터가 문을 닫든, 레스토랑이 문을 닫든 크게 불편한 게 없다.
인건비가 비싸 자가 집일 경우 웬만한 경우에 집 인테리어며 공사도 스스로 한다. 정원도 본인들이 다 관리한다. 봄이오니 집 앞 정원의 마른 가지들을 청소하고, 자라고 있는 나무의 가지치기를 해주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친구 집에만 못 가고 못 올뿐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물론 자녀가 있는 집은 변화가 없을수 없다. 애들이 학교를 안 가니 집에서 돌봐줘야 할 시간이 늘어나니까. 하지만 본질의 라이프 스타일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코로나로 인해 자녀가 없는 부부나 개인의 생활에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빨리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그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친구도 전처럼 만나고 싶고, 맛있는 커피 한잔을 그 카페에 앉아서 먹고 싶다. 주말이면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나가서 머리를 좀 자극해주고 싶고, 시부모님 댁도 가서 맛난 저녁도 얻어먹고 싶다.
코로나 후는 절대로 코로나 전의 상황과 같을 수 없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는 말도 많이 들린다. 내가 아무리 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없다고 느끼더라도 변하게 있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일 거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모든 사람들이, 국적에 상관없이,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