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 Jan 20. 2021

가장 설레고 긴장되는 그곳.

#런던에서 한 달 살기

D+1





공항에 내려 감격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달려가 입국 심사장에 줄을 섰다. 깐깐하고 집요하게 한 사람씩 입국 심사를 했고 두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되었다. 무사히 들어가는구나 싶었던 순간, 공항 직원이 한 마디를 했다. 뭐라고 했는지 알아듣지 못해 우물거리고 있으니 내 눈을 마주치고 한 번 더 말했다. “독.터”


도대체 독터가 무엇인가 싶어 고민하던 중에 멀리 흰색 가운을 입은 ‘닥터’가 보였다. 설마 닥.터? 정말 닥터였다. 결핵 확인을 위해 엑스레이를 찍었고 판독이 끝난 후에야 무사히 입국 심사를 마쳤다. 아니. 그런데 독터라니!


20살. 첫 해외여행런던이었다.

런던 히드로 공항의 입국심사는 유명했다. 리턴 티켓과 숙소 주소는 기본이고 어디를 갈 것인지 여행 코스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다. 해외는 처음인 데다가 학생 비자까지 달고 가니 출국 전부터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모른다.


/


오랜만에 찾은 히드로 공항.

기다림에 시간을 보낼까 싶어 빠른 걸음으로 찾아갔지만 어쩐 일인지 입국심사장은 한산했다. 한국인에게는 자동 입국 심사가 도입되었던 것이다. 더 이상 영국 영어로 당황스러울 일이 없어져 후련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것들마저 지난 추억이 되었다는 사실에 아주 조금 그립기도 했다.


여행이 언제나 그렇듯 해피 엔딩은 쉬이 찾아오지 않았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을 해야 하니 핸드폰이 필요한데 어째 한국에서 사 온 유심 카드가 먹통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다른 유심 카드를 끼워보았지만 여전히 데이터는 연결되지 않았다.


공항에서 새로 사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유심 카드 파는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손에는 핸드폰을 꼭 쥐고 다른 손으로 캐리어와 가방을 끌고 후다닥 달려가 그에게 다급하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제발 도와줘. 유심을 끼웠는데 작동을 안 해”

핸드폰을 받아 들더니 갑자기 하하 웃었다.

“Wow! Nice Photography!”

핸드폰 바탕화면은 토끼 밤이 사진이었다. 조급하던 마음은 잊어버리고 난 또 팔불출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She is my daughter!”

그는 내 딸의 이름과 나이 등을 물어보며 핸드폰 테스트를 했고, 핸드폰을 돌려주며 한 마디를 했다.

“Just turn off for a while!!”


삼십 분쯤 지나니 정말 핸드폰은 개통되었고 오래된 독터 에피소드에 귀여운 토끼 에피소드를 얹어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공항 직원이 보았던 나의 핸드폰 바탕화면







이젠 정말 여행을 하고 싶어.

여행을 할 수 없으니 회상이라도 할게.


,


런던에서 한 달 살기,

사실은 두 달 살기를 한 소소한 에피소드와

런던 여행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라.

instagram.com/small.life.sarah

blog.naver.com/sechkiz





작가의 이전글 여행이라는 달콤한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