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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계의 숫자 210 응급실에 갔다.

실은 며칠전 꿈에서 난 200이라는 숫자를 보았다.

by 마일리


- 살찐적 없고, 아직(?) 젊은 편에 속하는 제가 고혈압을 진단받고, 치료 받는 이야기를 적어 내려갑니다.




평소 내 혈압은 높은 편에 속했다.

33살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아직 정상수치지만 경계선에 있어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직장에서 꽤 이상한 사람과 근무하고 있어서 스트레스때문에 혈압이 올랐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내가 청년기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확인한 혈압수치는 3~4번을 재도 높은 수치였기에 나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건강검진 후에 한달정도는 집에서 혈압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다보면 며칠안에 집에서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잴 때 130대 숫자가 나왔다. 그러면 마음엔 께름칙함이 있었지만 다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 젊고 싶었다.

고혈압을 진단 받고, 약을 먹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올해, 나는 이사를 했다. 원래 본가에서 쓰던 가정용 혈압계는 아버지꺼였기에 새로 사야했지만,

한동안은 혈압에 대한 생각을 하고싶지 않아 미루던 차였다.


무의식에 불안이 쌓여서일까?

어느날 혈압을 재는 꿈을 꾸었는데 숫자 200이 나왔다.

꿈에서 깨고 혈압을 잊고 지낸게 아니라 무의식엔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깨닫고 오므론 혈압계를 주문했다.



10월엔 러닝도 하고 한의원도 다녔다. 수축기 혈압이 130~117이었다. 제법 만족스러웠다.

풋살을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유산소운동을 열심히 한 시기이기도 했다.


"역시 유산소가 해답이었군!!!"

한달정도 혈압을 재지 않았다.


11월이 되자 혈압이 궁금해졌다.

어느날 밤, 그 다음날 아침에 잰 혈압이 아무리 낮아도 150이었다.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병원 혈압계든 가정용 혈압계든 내 팔을 죄어오는 시간이 너무 지옥같았다.


숫자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

아무리 운동을 해도 낮아지지 않던 숫자.

내시경을 받지 못하는 수치가 나와서 고생했던 일.


그 다음 날 본가에서 저녁먹다가 혈압을 재봐야지 생각했다.



212.


꿈에서 불안감에 과장된 숫자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큰 숫자가 눈에 보였다.

꿈이 아니었다.


바로 집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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