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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리 Feb 12. 2024

신년 단상

12월 32일처럼 시작했지만

이전에도 이렇게 설렘이 하나도 없는 새해를 맞이한 적 있었을까? 1월의 첫날이 되어 새해를 맞이했지만 나는 마치 12월 32일처럼 무딘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연말에 있었던 몇 가지 일로 생긴 우울함이 채 가시지 않은 데다 한 살 더 먹었다고 하니 이젠 내가 정말 나이가 많은 것 같아 더 우울했다. 



작년의 내가 보내주는 여행을 가게 되고,


 1월 2일에 출근하여 직장 메일함을 보니 직원복지용 휴양시설 숙소 당첨 메일이 와있었다. 지난달에 별 생각 없이 강릉에 있는 숙소를 신청해 놓은 것이 당첨된 것이었다. 그래서 KTX를 타고 가족들과 강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2박 3일을 머물면서 두 번째 날 아침에 일출을 보러 바닷가에 다녀왔다. 나는 이전에 일출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날이 일출을 보는 인생 첫날이었다. 가족들과 일출 시간에 맞춰 해변으로 나갔다. 산책하며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다가 마침내 떠오르는 해를 본 순간 마음에도 해가 하나 짠 등장한 듯 내 마음이 화사해졌다. 그때 내가 느낀 화사함을 표현하자면 발랄한 화사함이라기보단 햇살이 느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가운데 아주 편안한 기운이 느껴지는 화사함이었다. 일출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그 햇빛 아래 내가 그 햇볕을 따뜻하게 받고 자라나는 곡식이 된 상상을 했다. 그 햇빛은 그저 내게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일출 순간을 스마트폰으로 찍기보다 눈과 마음에 담아보려 했다. 매일 반복되었을 자연의 풍경 앞에 어쩐지 나 자신이 아주 작아지는 듯 느껴졌는데 그것이 싫지 않았다. 나 자신이 작아지는 만큼 내가 느끼는 내 삶의 걱정거리들도 작게 느껴졌다.




루틴걸이라고 불러주오


 차분히 1월 한달을 보내면서 새롭게 추가된 루틴이 몇 개 있다. 우선, 밤마다 하루 동안 감사한 사람들의 목록을 적는 감사 일기를 적고 있다. 쓰면 쓸수록 긍정적으로 내 삶을 보게 된다. 마치 안경에 감사함이라는 색을 하나 넣은 것 같다. 나는 감사 일기와 더불어 지난주 금요일부터 온라인 명상 클래스에 참가하고 있다. 작년에 하다가 중단한 명상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작년 보다 더 꾸준히 할 수 있으면서 명상에 관해 전문적인 사람의 리딩이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명상센터를 등록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런 와중에 명상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으면서 명상센터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 기뻤다. 나는 6개월 회원권을 끊어 아침에 30분, 밤에 30분 명상을 하고 있다. 매일 명상하는 삶을 꿈꾸었기에 하루에 1시간씩 명상을 하면서 요즘 나는 매우 신나있다. 작년부터 해오던 글쓰기 수업도 계속하고 있으니 이 루틴대로 하다 보면 저절로 즐거운 일을 매일 하는 삶을 살고 있게 된다. :)





안녕제인


 명상을 하다보면 내 생각만큼 명상이 내내 좋은 기분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불쾌한 기분이 들거나 잊고 싶은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명상을 잘못했나? 의심이 들곤했다. 마침 지난 주 명상 수업의 주제가 감정을 다루는 것이었다. 지난 한 주 수업에서 우리의 감정을 편안하게 바라봐 주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수업 중 명상 선생님이 우리의 감정에게 ‘너 거기 있었니라고 한 번 불러봐주자, 또한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순간 내가 종종 느끼는 편안하지 않은 감정에게 ‘제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인’은 영어권 국가에서 익명의 여성을 나타낼 때 쓰는 이름이기도 하다. 내가 특별하기를 너무 바랐던 과거의 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를 늘 특별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안 좋은 기억과 감정일 뿐인데 나에겐 내 감정이 너무 특별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 특별함을 보편적인 것으로 느끼고 싶은 마음에서 난 자연스럽게 ‘제인’을 떠올린 거 같다. 흔한 이름의 제인. 새로운 친구 제인. 안녕, 제인 반가워.



그래서 새해계획은



 새해 첫날은 새해계획을 세우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한달을 보내면서 어느새 계획이 완성되고 있다. 일단 올해는 그동안 안 가본 나라를 여행할 생각이다. 2월에 태국 방콕을 갈 예정이고 연말에 영국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 구독자 50명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글이 열 다섯 개 남짓 있는 지금도 드문드문 구독자가 생기고 있는데, 글을 꾸준히 쓰는 것뿐만 아니라 나도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구독도 많이 하며 활발히 활동할 예정이다. 글쓰기의 다른 측면으로도 의미가 있다. 브런치에 감사의 일기를 주제로 글을 적지 않았다면 감사의 일기를 쓰다가 중단했을 거 같다. 이렇게 내가 쓴 글로 인해 내 생활이 좋은 영향받는 것도 좋다. 더 체계적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글쓰기를 하는 것도 계획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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