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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 Sep 16. 2023

존경

다음에는 우리 친구 하자.

자고 일어난 목소리가 잠겨있으면 "감기 걸린 거 아니니?" 하고  요란스럽게 묻는 목소리에 가끔은 짜증이 났었다.

내가 다 알아서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못 믿어서 괜한 걱정만 하냐고..


학창 시절 내내 나는 엄마가 나보다 먼저 침대에 누워있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다.

뭔 대단한 공부를 한다고, 그것도 남들보다 2년이나 더...

가끔은 독서실에서 내가 의도했던 거와 달리, 졸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 자신에 대한 짜증과 편하게 잠도 못 이루고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으로 온갖 짜증을 낸 적이 있다.

(사실 가끔 인척 적었지만 생각해 보니 수도 없이 여러 번 그랬다.)

나라면 진짜 옷 홀딱 벗기고 쫓아내던가, 아침에 깨우지도 않아 지각하라고, 니 멋대로 하라면서 화냈을 텐데

엄마는 "그래~ 스트레스 많이 받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시곤 했다.

유독 짜증 많고 사실은 나도 내가 싫었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존경이라는 단어가 쉽게 쓰이지 못하는 걸 알지만 난 엄마를 존경하는 거 같다.

순간순간 짜증 내면서 엄마가 싫은 척했지만 사실은 똑같은 상황에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는 엄마의 지혜로운 선택이 나중에서야 후회처럼 나온다.

그럴 때면 '엄마말 들으니깐 자다가도 떡이 떨어지네~'라면서 간접적으로 엄마에게 표현을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세상 더럽게 화낸 딸이 무뚝뚝하게 표현해도 내 마음을 찰떡같이 이해해 주니 말이다.


10개월간 탯줄로 연결된 엄마와 나의 끈이 태어난 이후에도 어떤  방식으로 인지 연결되어 있나 보다.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 맞이하긴 싫은 순간이 언제일까 생각해 보면...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그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 순간을 좀 덜 슬프고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어쩌면 나보다 나 자신을 사랑할 엄마가

다음 세상에서는 나의 친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가끔은 다투지만 서로 울고 웃는 해외여행을 같이 다니고, 클럽도 같이 다니는 친구로 내 곁에 있어주길..

그리고 눕기만 하면 숙면 취하는 단순하고 잘 웃는 친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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