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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 Sep 16. 2023

가족일기

지금과는 다른 어린 나

초등학교 여름방학 숙제로 가족일기를 쓰기로 했다, 아직 글을 잘 못쓰는 동생은  빼고 나->아빠->엄마 순으로 일기를 쓰는 거였다, 바쁜 엄마, 아빠가 일기 쓰는 게 밀리면 두장을 띄어서 내가 먼저 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두장을 띄어 써야 하는데 그걸 모잘 라게인가, 넘어서 인가해서 내가 원하는 순! 서! 대! 로이 원칙이 깨져버렸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별일이 아닌데 그때는 너무 망쳐버린 생각이 들고, 그게 일기를 밀려버린 엄마, 아빠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잠깐 집을 비운 엄마, 아빠를 원망하며 일기장을 다 찢어버리면서 엉엉 울었다. 사실은 두장을 제대로 띄어서 쓰지 않은 내 잘못일 수도 있는 문제를 엄마, 아빠가 일기를 미룬 탓이고, 순서대로 쓰이지 않은 일기장은 망한 거라고 생각했다.

어린 나는 완벽주의에 남 탓으로 나의 잘못을 넘어가고 싶었고, 그리고 그게 조금은 잘못한 일이라는 걸 아는 아이였던 거 같다.

그렇게 개 까칠하던 나는 지금은 그래도 두리뭉실해진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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