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초록머리를 배웅하며
퇴화된 날개 펼치고
날아오르고 싶은 나는 잎싹이
꽃들이 아름다운 건 잎이 있어서야
나의 소망은
차가운 닭장을 나와
마당에서 병아리를 키우리란 것
보름달 아래 가시덤불 속 뽀오얀 알
족제비가 볼까봐
얼른 널 품었어
알을 깨고 나온 너는
작은 물갈퀴로 헤엄치던
병아리가 아닌 청둥오리
너의 날개를 펼쳐야할 곳은
내가 바라던 마당이 아니었어
배고픈 족제비의 눈빛이 언제 너를 할퀼지 모르는
벌판이어도 그곳으로 가야했어
하늘을 가로질러 먼 곳으로 가게 될 날은 언제일까
그 날을 기다렸어
잿빛 하늘이 낮게 내려오던 날
주인집마당에 묶여 있는 널 보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단다
네 날개를 지켜야했어
널 옭아맨 끈을 쪼아 끊어 주었어
아가야, 자유를 의심하지 말아
넌 마당에 갇힐 운명이 아니야
그날 하늘을 가득 메운 청둥오리의 군무가 아름다웠어
두근댔었지
무리의 선두에 선 파수꾼이 될 널 떠올렸어
떠남은 새로운 시작이야
날아올라 멀리가렴
나는 잎싹이 초록머리의 어머니
네가 행복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