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내려놓기

by 무명
내 것이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없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주욱 돌아보면 왠지 모르게 쓸쓸해진다. 옷장에 있는 옷과 신발장의 신발을 포함해 지금 내가 입고 걸치고 있는 것들을 제외하고 나면 내 것이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노트북도 빌린 것이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화기 역시 이전의 것을 분실한 이후로 임대받은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역시 온전한 나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형의 월세방에 얹혀지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집도 차도 애인도 돈도 없는 쓸쓸한 처지가 나의 현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봤을 때 의외로 쓸모없는 물건들도 넘쳐난다. 이미 있는 옷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양의 옷을 무의식적으로 사게 되고 신발장에는 신지 않는 신발이 나뒹굴고 있다. 그럼에도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면 고민을 한다. '아... 입을 옷이 너무 없고, 신발도 없으니 이참에 새로 사자' 나는 구매 욕구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상품들의 유혹하는 손짓에 단숨에 넘어가버린다. 나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소비 습관을 가지고 있다.


새 옷, 새 신발도 한 번만 입고 신으면 헌 것이 된다


소비는 감정을 따른다


과거에 비해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이 훨씬 수월해졌다. 식사를 하고 나선 거리낌 없이 신용 카드를 주고받는다. 세상이 좋아져서 쇼핑을 할 때에도 굳이 공을 들여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가는 수고를 감수할 필요 조차 없다. 컴퓨터를 켜고 몇 번의 클릭만 하면 내가 산 물건들을 집 앞까지 가져다 주니깐 말이다.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는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내가 이성적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으며 나의 의식은 언제나 깨어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는 크나 큰 오산이었다. 나의 무의식은 내가 합리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순순히 용납하지 않는다. 매 순간 나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비합리적인 인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알면 뭐하나, 며칠 전에도 한 건 했는데



자연은 우리들의 것이 아니다


나는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 그중에서도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일에 일조하는 기술을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대로 계속 디자인을 공부해서 업으로 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물건의 수명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만 해도 그렇다. 2년이면 사용하던 것을 처분하고 새 것을 산다.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마치 일회용품을 사용하 듯하다가 금방 싫증을 내며 새것을 산다. 우리는 더 많이 만들어내고 많이 소비하고 빨리 버리는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연은 지금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미래의 후손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이 소중한 유산을 잘 사용하고 보전했다가 또 다음 세대에 물려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결핍은 욕망을 부르고 욕망은 소유를 낳는다


가지지 못하는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소유는 또 다른 소유를 부른다. 망망대해를 표류할 때 아무리 목이 말라도 바닷물을 마셔서는 안된다고 한다. 바닷물의 염분은 더 큰 갈증을 불러 일으키고 이는 나중에 훨씬 더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가지면 가질수록, 채우면 채울수록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듯하다. 사람의 욕심이란 게 참으로 간사한 게 바닷물처럼 끝이 없다.


금수저라는 말이 등장해 유행어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반대의 상황을 일컫는 흙수저라는 단어까지 나타났다. 도시 가스가 보편화된 시대에도 여전히 연탄 몇 장으로 겨울을 나야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영양 과다로 인해 누군가는 살을 빼는 일에 돈을 쓰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어떻게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할지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셨던 것과 같은 무소유를 행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지금 더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내가 브런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에 비해 이미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살아가는 중이라는 뜻일지도 모르니깐. 눈을 더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자.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눈에 들어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