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 지울 수도 없는 흉터를 남길 지도 모른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쌀은 주워 담아도 말은 못 주워 담는다"
칼이 만든 상처는 아물어도 말이 남긴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말이 가진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다시는 되돌릴 수가 없다. 의사의 칼은 사람을 살리고 요리사의 칼은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칼은 사람의 생명을 단숨에 앗아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도구이다. 우리는 이 양날의 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동물과 사람의 다른 점은 이성을 지니고 있는 점이다. 오늘날에도 이성적이지 못한 사람들에 의한 마녀사냥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 오늘도 몇몇의 이름 난 사람이 '소아성애'로 화형대에 올랐다. 참으로 안타깝다.
"소아 성애자세요?"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아주 쉽게 한다. 조금만 자기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사람을 신랄하게 헐뜯고 비난한다. 이렇게나 사람들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다. 나는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치 속에서 올라오는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 밖으로 튀어 나온다. 말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마치 유언을 하듯이.
물론 현대의 윤리적 기준으로 어떤 방법으로도 소아 성애는 정당화될 수는 없다.- 성에 관한 이야기도 언젠가 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별 뜻 없이한 행동으로 로리타 콤플렉스로 몰리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저 전시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소아성애자로 취급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특성이다.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고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사고 구조를 통째로 갈아 엎지 않는 이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 마디하고 싶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라. 당신이 반대의 입장이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보아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비평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평가들은 자기 자신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나 보다. 음식 칼럼니스트는 황교익은 백주부님의 레시피가 집밥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원과 신화당을 쓰는 나의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음식은 집밥이 아닌가? 이 세상에 집밥이 얼마나 다양한데...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일이 듣고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어떻게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겠나. 굳이 신경 쓰지 않으면 될 일이다. 피곤하게 살 필요 없다. 습관적으로 험담을 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라는 다큐멘터리에서 그가 했던 말이 잊히지가 않는다.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믿고 싶지 않은 거잖아요..." 마음이 아팠다. 아직도 '타진요'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은 보이는 대로 믿는 게 아니라 믿는 대로 본다.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오락거리로 자리 잡았다. 생각이 가벼우니 말과 행동 역시 너무나 가볍다.
누군가를 그릇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낙인 찍는 사람들이나 타블로가 스탠퍼드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주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엄청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꼬투리 잡을 빌미만 노리고 있다가 한 건 터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뜯는다. 트집을 잡는 열정과 재능을 소설을 써내는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도 있겠건만 엄한데서 애꿎은 사람 괴롭히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인지상정, 사람의 보통 마음이다. 누군가 잘되면 축하해주고 불행한 일을 겪으면 함께 슬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믿어왔고 그렇게 배워왔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화를 내는 모습이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때로는 내리는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우산을 쓰거나 천장이 있는 곳으로 도망을 가는 것보다 온몸으로 비를 받아내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고 하던가. 누군가 당신을 욕하고 미워하는 것도 일종의 관심 표현이다. 어쩌겠나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방법밖에 없는 것을.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일단 좋은 것이니깐.
아무튼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적게 이야기하고 많이 듣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누군가가 감정적으로 당신을 대할 때 당신 역시 굳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한 번 돌아보라. 당신은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