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도 마음이 전부다
저는 내면의 탐구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세속적인 성취 역시 중요하게 여깁니다. 누군가 제 일하는 모습을 본다면 “돈 욕심 더럽게 많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돈을 좋아합니다. 아주 좋아합니다. 다만 좋아하고 사랑할 뿐, 집착하며 쫓아다니지는 않습니다. 저는 돈을 위해 일하기보다, 돈이 저를 위해 일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제가 돈을 좇는 것이 아니라, 돈이 저를 따라오게 만드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저는 돈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고 싶습니다.
저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아주 단순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을 목표 집중을 합니다.
1.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일이 아니라 게임이다.
2.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을 상위 10% 안에 드는 수준에 드는 것이다.
6년 전, 모교 학부 사무실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은사이자 상사였던 교수님과 식사 자리를 함께하며 제 꿈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디자인경영‘ 전문가였던 교수님은 제게 “장사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셨고, 저는 아무런 계산 없이 순수하게 “진심”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과 그 자리에 동석해 있던 ‘박사’ 선배님은 제 철없는 대답이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으며, 진심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각종 이론을 들먹여 가며 제 생각에 대해 충고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의 충고를 모멸로 해석했고 모멸감은 수치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내 기필코 성공해서 당신들 생각이 틀렸음을 증명하겠노라‘고 마음속으로 곱씹느라 그들이 들려준 다음 이야기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 누군가 카페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노력도, 성실도 아닌 ‘진심’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11월부터 2월까지 카페는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차가운 음료가 많이 팔리는 봄, 여름, 가을에 비하면 비교적 한산해집니다. 하지만 3년 가까운 시간 카페를 운영하면서 나름의 요령이 생겼는지 올해 11월과 12월의 성적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저와 동일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월평균 매출이 1640만 원, 일 평균 매출이 약 54만 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지방 중소도시 구시가지에 위치한 10평의 매장에서 일 매출 100만 원을 달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일 100만 원씩 팔면 저도 참 좋겠지만, 상권과 유동인구를 고려한다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돈 받고서는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할 수 없어.’라는 깊은 고민과 충분한 준비없이 창업의 세계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카페로 업종을 선택합니다.
3년간 카페를 운영하며 깨달은 것은, 자영업자는 결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낮추고,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과 손님을 위해 기꺼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커피가 맛있고 사장님이 멋있는 가게’가 아니라,
‘사장님—곧 손맛—이 맛있고, 커피가 멋있는 가게’를 지향합니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수개월, 때로는 수년이 걸리지만, 그것이 반토막 나는 데에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지난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장사꾼에게 워라밸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경영 능력도 커피에 대한 전문성도 노력도 성실도 아닌 ’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진심을 가지고 이 일을 대하면 다른 모든 능력들은 저절로 갖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영업자에게는 마음이 전부입니다.
열정은 불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기 마련이고 방향을 모르는 성실은 고인 물과 같아서 정체됩니다. 또란 노력은 마음 한 구석에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 놓기도 합니다.
오늘의 저에게 카페는 놀이터이자 쉼터입니다. 밤늦도록 좋아하는 게임을 해도 피곤함을 모르듯 하루 종일 사람을 대하고 커피와 음료를 만들어도 지치지 않습니다.
이제는 단골손님들이 저의 이웃이며 친구들입니다. 친구와 이웃을 만나는데 힘들 이유가 있을까요.
오픈 빨을 받았던 2023년 3월 한 달 매출은 1352만 원, 4월 한 달 매출은 1373만 원. 지금은 나의 커피가 나의 얼굴입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날마다 저절로 예뻐집니다.
커피와 장사에 관한 글은 이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