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경쟁자를 위한 제언 03

제로섬 커피 시장

by 무명

성공적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데에는 목, 콘셉트, 인테리어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과 커피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핵심 가치는 ‘재료와 바리스타의 정성’입니다.


텐퍼센트커피는 2017년 시청 본점을 시작으로 2025년 11월 기준 1,0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저와 부모님을 3년 동안 먹여 살려준 고마운 브랜드이니, 저 역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보겠습니다.


장사는 사람에서 시작되고,

사람으로 끝납니다.


저는 단골 덕분에 먹고 삽니다. 하루에 세 번이나 방문해 주시는 분도 계시고, 지금 제 유일한 동네 술친구 역시 저희 매장에서 만난 인연입니다.


장사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지, 돈을 벌 목적으로만 접근하면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주어야 상대방도 좋은 것을 내어줍니다. 주기도 전에 받으려는 마음부터 앞서면, 상대방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전통이라는 환상


에릭 홉스봄은 『만들어진 전통』에서 ‘전통’이라 불리는 것들 대부분이 실제로는 매우 최근에 시작되었으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전통은 국가나 민족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일 뿐, 결코 절대적인 실체가 있는 무언가는 아닙니다.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주장하거나,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일에 우리가 과도하게 분노할 필요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억지에는 억지로 맞서기보다, 적절한 대응만 취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는 부대찌개라는 음식으로 이어졌고, 이제 부대찌개는 한국의 아이덴티티가 반영된 전통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역시 이제는 명백한 한국 음식입니다. 세계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이며, 덥고 습한 한국의 날씨에 에스프레소를 음미하고 있을 여유는 우리에게 없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라는 물음에

“이 날씨에 당연히 따뜻한 거지, 어떤 미친놈이 차가운 걸 먹냐”

라고 말하는 손님들이 간혹 계시긴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겨울에도 부동의 베스트셀러입니다.


한국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메뉴는 단연 아메리카노입니다. 이탈리아인의 ‘진짜 커피’인 에스프레소는 한국인에게는 재료 단계에 가깝습니다.

“아메리카노만 드시지 마시고, 진짜 커피인 에스프레소를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런 말을 했다가는 그 손님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좋은 재료 없이는 좋은 음식이 나올 수 없습니다. 저는 에스프레소에 온 힘을 쏟아붓고, 그 결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만들어냅니다.


한때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처럼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유행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입니다. 텐퍼센트커피라는 브랜드의 성공은 소비자들의 니즈와 소비 취향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커피


커피를 좋아하던 사람이 커피를 공부하고, 결국 커피를 팔게 되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카페 시장을 잠식한 노란 간판들 덕분에, 저는 그 커피를 더 이상 마시지 못하는 저주받은 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개인 카페가 사라진 거리 풍경은 한편으로 씁쓸합니다.


텐퍼센트커피는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프랜차이즈 못지않은,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맛있는 커피를 제공합니다. 저는 4,000원이 넘는 커피를 마시고 분노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만들어내는 커피는 2,000원이지만, 상위 10% 스페셜티 원두로 만든 미디엄 아메리카노는 가격 대비 맛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1% 안에 드는 커피라고 자부합니다.


운영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거리를 지나다니다가 이 자리에 텐퍼센트커피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는 손님들도 여전히 계십니다. 가시성을 포기하고 나무 중심으로 구성한 인테리어는 방문객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더 잘 보이기 위해 보행자에게 ‘시각적 테러’를 가하는 브랜드들과는 분명히 다른 전략입니다.



가격 경쟁, 그것의 다른 이름은 제로섬 게임


구포시장에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호떡집이 있습니다. 어느 날처럼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호떡을 사러 갔지만, 늘 가던 노점의 아주머니는 식사 중이었고 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아들에게 호떡을 못 만지게 하시는지 판매가 어렵다고 했고, 저는 근처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호떡 하나에 700원을 받는 다른 노점과 달리, 그들이 선택한 전략은 가격 경쟁이었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속은 텅 비고 반죽만 잔뜩 든 호떡.

옆 노점은 비싼 가격 때문에 손님을 잃고, 이쪽은 마진을 위해 재료를 줄이며, 손님은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가격 경쟁은 결국 모두가 손해 보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마지막으로, 인테리어와 철거업자를 위한 희생을 감수하시고 몸과 영혼을 갈아 넣을 준비가 되셨다면 카페 창업 얼마든지 하셔도 좋습니다.


저의 명함은 ‘대표’로 찍혀 있지만 저는 오늘도 저희 회장님들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한낱 도비일 뿐입니다.


도비는 언제쯤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과도한 게시물 업로드로 구독자 분들의 피로가 염려되어 ‘팔자의 상속자’ 외의 게시글은 모두 블로그에서 연재할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