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사다 #5

만렙 알바몬의 탄생

by 무명

벌써 휴학을 한지 2년 하고도 10개월이 지났다.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학업을 중단했기 때문에 처음 다섯 달 동안은 탱자 탱자 놀기만 했다. 먹고 싸고 자는 일과가 반복되는 하루 하루가 쌓여만 갔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용돈만 타서 쓰다 보니 돈이 그 돈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지 못했기에 만사가 귀찮게만 여겨졌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주제에 피곤하기만 했다.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으면 몸이라도 굴리자


휴학 직후 방학 아닌 방학을 맞아 집에 내려와 있었으나 세상에서 가장 편한 엄마방 침대에 누워있음에도 가시 방석에 누운 기분이었다. 정신적으로는 괴로웠으나 달콤한 전기 장판의 유혹을 어찌 이겨낼 수 있으랴. 술만 먹고 사고만 치는 백수 건달일 뿐이었고 매일 똥을 만들어내는 기계나 다름없었다.


그날도 여느날과 다를바 없이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흥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넘치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으나 지는 사람이 장척 계곡에 입수하기. 지금 생각해도 미친 짓이다.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역시 젊음이 좋다. 객기도 부릴 수 있을 때 부려야 한다.


2013년 1월 장척계곡, 사랑한다 친구야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 아니었나 보다. 입수자는 내가 되었고 정정당당하게 결과에 승복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에 발을 담그는 동시에 두뇌가 아주 바싹 얼어버렸다.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둡고 차디찬 겨울 계곡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머리를 한 번 담그고 났더니 그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젖 먹던 힘을 다해 바둥대어 물 밖으로 나왔다. (어린이나 노약자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따라 하지 마세요) 그 날은 엄청 후회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역시 내가 자랑스럽다.


나만 당할 순 없지


정신을 바짝 차린 것도 잠시일 뿐 역시 나는 친구들과의 놀음과 술자리에 빠져 있었다. 그 날도 우리는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내기를 구상하고 있었다. 정말 운 좋게도 민석이가 잠깐 자리를 비우게 되었고 우리는 우리만의 룰을 만들어 민석이를 골탕 먹이는데 합의했다. 결과는 오늘, 너, 로맨틱, 성공적이었다. 나만 당할 수 있나. 행복은 나누면 두배가 되는 법이다.


한 해를 싸늘한 겨울 계곡물에 담그는 것으로 시작했더니 무슨 일이든 해낼 것만 같았다. 자신감이 넘쳐났다 하지만 내 예상은 항상 빗나간다. 코리안 특급, 한국의 영웅 박찬호가 1박 2일에 출연해 겨울 계곡을 입수한 바로 그 해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2013년 역시 그다지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