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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리 Apr 28. 2024

나의 보스, 개구리 페페

개구리 페페와 니모의 외모논쟁



보스의 건강검진 결과서에는 키 166.4cm, 과체중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문구 어디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보스는 자신의 키를 거의 170cm 그리고 딱 적정체중이라고 이해했다.


나의 보스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K 회장님이 있다. 보스보다 키는 2cm쯤 작고, 나이는 1~2살 정도 많은 듯하다. 수백억인지 수천억인지, 암튼 잘 가늠되지 않는 큰돈을 굴리는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분에게 투자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이 분의 일정은 접대 미팅과 골프 등으로 꽉 차 있는 것 같았다. 재력이 곧 권력이고, 이 분의 권력은 마천루급인 듯했다. 다들 이 분을 어려워했다. 단 한 사람, 나의 보스만 빼고.


나의 보스는 강자 앞에서 굽히지 않는 기백이 있다. K 회장님처럼 모두가 어려워하는 사람을 보스는 함부로 놀리며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지고는 못 사는 보스가 강한 상대를 이기는 자신만의 방식인 듯하다. 여기서 함부로란 <어머, 나를 이렇게 막 대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하는 수준이다. 다들 K 회장님에게 말 붙이는 것조차 어려워하는데, 보스는 그분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우스울 정도로 함부로 대한다.


얼마 전 국내 한 학원 재단의 양해각서 체결식이 있었다. 외국의 한 대학과 해당 학원 산하의 국내 대학과 협력을 위한 행사였다. 나의 보스와 K 회장님이 중간에서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에 뜻깊은 자리에 두 분 모두 초대되었다. 교정을 둘러본 후, 총장실에서 사인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K 회장님은 밝은 감색 정장에 노타이 그리고 끝이 뾰족하게 나온 밤색 그러데이션 구두를 신고 나타나셨다. 이런 자리엔 짙은색 정장을 입는 게 국룰인데, 그분의 정장은 눈에 확 튀는 것이었다. 보스는 K 회장님을 보자마자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웃기 시작하셨다. 옆으로 다가가서 조용히 그분의 착장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아니ㅎㅎㅎㅎ 이런 점잖은 자리에 그렇게 눈에 띄는 옷은 뭐예요, 회장님ㅎㅎㅎㅎ"

"ㅎㅎㅎ왜 또. 이게 어때서?ㅎㅎㅎ"

"회장님, 오늘 대단히 멋을 내셨구만ㅎㅎㅎ 근데 그런 구두는 대체 어디서 사요?ㅎㅎㅎ우리는 줘도 못 신겠네."

"ㅎㅎ뭐가 어때서? 좋은 신발이구만ㅎㅎ"

보스는 옆에 있는 이사장님께 공을 넘긴다.

"이사장님, 이런 신발 신은 회장님 본 적 있어요?ㅎㅎㅎㅎ"

이사장님은 대답은 못하고 웃기만 하신다. 보스는 계속 그분을 놀린다.

"아니ㅎㅎㅎㅎ회장님은 대체 목이 어디에 있어요?ㅎㅎㅎ아니 어떻게 목도 없고 울대도 없어ㅎㅎㅎㅎㅎㅎㅎ"

"세상에. 목이 긴 사람이 나보고 그런 말을 하면 이해를 하지. 자기도 목이 없으면서 나보고 뭐라 그래ㅎㅎㅎㅎ"

"나는 회장님과는 다르죠. 회장님은 목이 2cm 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ㅎㅎㅎㅎㅎ"


"회장님, 목 좀 이렇게 해보세요."

"왜 또? 왜 뭘 하려구?ㅎㅎㅎㅎㅎ"

"아니ㅎㅎㅎ 목주름이 이게 뭡니까ㅎㅎㅎㅎㅎㅎㅎ"

"참나, 자기는ㅎㅎㅎ어디서 개구리 눈을 하고는ㅎㅎㅎㅎㅎㅎㅎ개구리 눈 주제에 왜 자꾸 나를 뭐라 그래ㅎㅎㅎㅎㅎㅎ"

(나는 눈물 흘리며 웃고 있는 중)

"내가 개구리 눈이고 뭐고 다 좋은데ㅎㅎ 회장님은 붕어 눈이야"


개구리 페페와 니모는 한참 동안 서로 외모를 갖고 놀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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