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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Apr 15. 2022

맥주캔

거미줄 같은 가로등 전선에

감전된 사랑이 숨바꼭질하듯 숨어버렸다


열애적 감정이 나에게 불러일으킨

파동은


감춰지지 않는다


갑갑한 집구석에서 나와

성곽에 발맞춰 돌계단을 오를 때


허영심을 자랑하는 건물들 사이로

당당히 자태를 드러낸 달의 모습


달빛에 드러난 그대의 어여쁜 얼굴


치이익 --

맥주캔을 따서 초승달에 담는다

손가락으로 자를 대듯 너의 미소를

동공에 담는다

눈을 감는다


실없는 내 농담에 머쓱해진 분위기

어쩔 줄 몰라하는 나에게 당신은 찬란히 웃어주었다


달빛에 겨워 눈이 부시다


맥주의 탄산감이 후두개를 시원하게 적신다

쓸어내린다 가슴을


동공 안에 갇힌 그대의 용태가

나에게 일어서라 한다

짭짤한 슬픔 안에 가둔 나의 미련을

이제는 잊어보라 한다


잊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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