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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Apr 27. 2022

불꽃

동시 3

꽃이긴 하니까

아름답긴 하겠지만


화르륵 타오르고 나서

뒷동산의 반이 사라졌어요


작은 담배꽁초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옆집 구멍가게 아저씨는

혀를 끌끌 차며

획하고 고개를 돌려버렸어요


타버린 나무들을 봤어요

아프다고 악 소리 한번 내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아요

소로록 까매져버린 것 같아요


나무의 가족들은 숲이 되고

울창한 숲은 온 동네 자랑인 큰 산 되어

우리를 포옥 감싸주는 것 같던 보자기 같은 산이

영영 사라진 것만 같아요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어요


그날 밤 저는 꿈을 꿨어요

다시 초록 초록한 세상이 돌아오는 꿈


내일이 되면

아빠랑 같이 나무를 심으러 갈 거예요


하루에 하나씩 심다 보면


나무도 산도 저의 진심을 알아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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