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 이 한 마디면 되는데

by 선우

바람과 밀고 당기기를 하며

동과 서로 핑그르르 돌고 있는

풍향계 위 수탉의 졸음이

한껏 어우러지는 따뜻한 라테 한잔

오후 3시에 늘어지는 듯한 여울음

산책하던 강아지들이 데시벨을 올리며

반갑다며 인사를 하여도 아득히 멀어지는

왠지 그런 오후였다


백색소음의 도움 없이도 완전한

청색의 고요한 적막에 갇혀서

이대로 눈을 감아도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완연한 행복을 산산조각 낸

치명적인 계기는

작은 진동에서 시작되었다


쉴 새 없이 울어대는 나의 작은 뇌를

두 손으로 붙잡고 어쩔 줄을 몰랐다


이전에는 이를 본체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알고리즘이라고 생각했다

현재에 머물러 있는 나를

과거로 미래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괴물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심장을 누군가가 콱 쥐고 안 놔주는 것 같았다

숨을 쉬기가 어려운 느낌


호흡하는 법을 까먹은 나는

그대로 가라앉았다

탑층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있다가

맨땅과 지하, 심연의 그 끝으로

치달고 그대로 기억을 잃었다


뚜뚜뚜--


깨어난 지 3일 만이라고 했다

많이 아팠다고 했다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울었다

울지 않았다

받아들였다

단지 갑작스러운 상황의 반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따스한 오후였는데

지금은 차가운 병실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 속

사람들은 왈가왈부 말을 더했다

피로하다

지치고


그냥


"알겠어" 이 한 마디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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