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라기엔 이렇게나 밝은걸

by 선우

맡겨둔 거야 내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한 거야


멋모르고 도착한 고속터미널

승차장에 덩그러니 앉아

희끗희끗 조명에 뿌예진 시멘트 바닥 바라보는데


작은 고양이 하나 길을 잃고 잘박댄다


내 발끝까지 찾아온 꼬질한 고양이

정 주게 될까 봐 슬쩍 발을 피했다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뜨리며

이빨을 자랑하는 꼴이 우습다


너도 나처럼


헌신의 심장을

너는 들고 튀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잠시 맡아달라고 한 거야 내가

다 내가 그런 거야


손가락 마디마디에 너의 손가락이 맞춰지고

보드라운 볼에 기대 무거운 머리를 쉬어갈 때

익살스러운 표정 하나 지친 하루의 행복이 되었던


길을 잃은 아기 고양이

너는 잘못이 없다


나는 잘못이 하나 있다


너를 사랑하고자 맡겨둔

내 심장을

너에게서 다시 되찾아오지 않은 것


이유

사랑


이유

이별


고양이는 흥미가 떨어진 듯

입맛을 다시며 가로등 사이 어둠으로 사라진다


공허한 내 마음을 채워주는 야경의 소란스러움과

밤하늘에 반짝 빛나는 별같이 보이는 인공위성들과

눈을 감으면 보이는, 지나버린 우리의 빛나는 추억과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마음 이렇게나


밤이라기엔, 너무나 밝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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