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내게 찾아와 늦은 저녁을 먹어도

by 선우

현관 장식장 옆에 덩그러니 놓아둔

당신이 사 준 해적 선인장


선인장에 씌워진

작은 고깔모자가 척박한 하루에

피시시 하고

굳게 다문 내 입을 열어준다


2인용 식탁 정 가운데에 놓인 조명이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들을 정갈하게 비추고


매일 달라지는 내 메뉴 그 곁엔

당신과 나누던 진심의 온기가 남아있다


한동안이나 거실 한구석을 차지해버린

우리가 같이 꾸민 크리스마스트리는


혼자 있다


고독이 내게 찾아와 늦은 저녁을 먹어도


내가 꿈꾸는 아름드리 높이 오른 동산에

작은 오두막 풍경소리 들꽃과 뭉게구름


그리고 당신


당신과 함께 먹을 밥상


당신 생각이 문득 나를 찾아오기도 하고

내 안의 외로움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그렇지만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고 있다고

나 걱정하지 말라고


평안히 잘 가라고

또 우리는 만날 거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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