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처마끝
기품이 넘치는 윗사람
함께할 형제들을 마주하고
호기로운 두 눈으로
혈을 내어 잔에 바치었다
차를 들거라
단단한 목소리
비늘이 돋친 연꽃차
태연한 듯 마신 후
피를 토해냈다
이 또한 시작이다
장은 단상에서 내려와
대대로 내려온 칼을
미천한 나 두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공손히 받잡는다
눈물은 말랐다
아픔은 잊었다
실망은 없앴다
고통은 죽었다
처연한 눈빛으로 지난날을 잘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