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열치열,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을까?

여름 더위를 다스리는 전통과 과학의 충돌

by JINOC

1. 이열치열의 의미와 기원

‘이열치열(以熱治熱)’은 전통적으로 더위를 더위로 다스린다는 개념으로, 한의학이나 민간요법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삼계탕, 찜질방, 사우나 등 더운 환경이나 음식을 통해 땀을 내고 몸속 열을 배출함으로써 오히려 시원함을 유도한다는 원리다. 하지만 이 개념은 실제로 현대 과학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여름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래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39739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Mrp4jSguV73jU129QjnH4ReY%2Fhs%3D 이열치열 이미지 출처 : 미디어효성


2. 이열치열은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있는가?

2.1 체온 조절 메커니즘과의 연결

사람의 체온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조절된다.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거나 열에 노출되면 혈관 확장 → 땀 분비 → 땀의 증발 → 체열 방출이라는 순서로 몸은 체온을 낮추려는 반응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땀의 증발이 활발히 일어나면 실제로 일시적인 체온 하강이 가능하다. 즉, 이열치열이 일부 조건에서 작동하는 것은 사실이다.

땀의 증발 여부: 습도가 낮아야 효과 있음

혈관 확장 유도: 피부 표면으로 열이 이동


2.2 열 순응(Heat Acclimatization)

운동선수나 군인들은 고온 환경에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열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생리적 변화를 수반한다.

땀의 양 증가 및 시작 시점 앞당김

땀의 염 농도 감소로 탈수 위험 감소

심혈관계 효율 증가

즉, 일정 기간 더위에 노출되면 몸이 점차 적응하면서 덜 힘들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무리한 열 노출이 오히려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39739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kx3I5aMgmkotMljUF9bCCODze6Y%3D 폭염 이미지 출처 : 불교신문


3. 이열치열의 과학적 한계와 오해

3.1 체감과 실제 체온은 다르다

더운 국을 먹거나 찜질방에 다녀온 후 시원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상대적 체감 효과 때문이다. 실제 중심체온(core body temperature)은 상승했음에도, 땀 배출 후 바람이나 에어컨을 맞으면 시원하게 느껴질 뿐이다. 즉, “땀 흘리면 시원하다”는 것은 착시 효과일 수 있으며, 몸 내부는 오히려 더 과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3.2 고온·고습 환경에서는 역효과

외부 기온이 35도 이상이고 습도가 높다면, 땀은 증발하지 못하고 피부에 머문다. 이로 인해 열이 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축적된다. 이런 상황에서의 뜨거운 음식 섭취, 사우나 등은 체온을 더 높이며 열사병, 탈수, 어지러움 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열치열 이미지 출처 : 머니투데이


4. 결론: 이열치열은 제한적으로만 유효하다

정리하면, 이열치열은 다음의 경우에만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조건설명결과

[가능] 낮은 습도 + 짧은 열 자극 / 땀 증발 가능 / 일시적 시원함 유도 가능

[가능] 열 순응을 위한 계획된 노출 / 운동선수나 군인 훈련 / 적응력 증가 효과 있음

[불가] 폭염, 고습 환경 / 땀 증발 어려움, 열 축적 / 위험성 급격히 증가


즉, 이열치열은 ‘무조건적인 건강 요법’이 아닌, 조건부 전략이다. 특히 더위에 민감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이 전략을 피해야 하며, 반드시 충분한 수분 섭취와 열 차단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온열질환 예방법


5. 과학적 참고자료

World Health Organization. "Heat and health." 2023.

Armstrong, LE. "Heat acclimatization." Sports Medicine, 2000.

CDC. "Extreme heat: A prevention guide to promote your personal health and safety."

Sawka et al. "Physiological responses and adaptations to exercise in the heat."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11.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3화깨끗해 보여도 위험한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