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에서 맞닥뜨린 문화 충격?
타이페이 시내 여기저기를 구경시켜주던 타이완 친구 첸과 파티가 멈춰선 곳은 밀크티를 파는 노점이었다. 두 여자가 웃음기 띈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길, "이건 여기서 꼭 먹어봐야 해!"
그러면서 부연 설명을 하길, 요즘 타이페이에서는 개구리알을 넣은게 최고 인기란다. '뭐, 개구리 알???' 순간 움찔했으나, 경험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나 아니던가. 그래 마다하지는 말자. 그래도 이건 왠지 좀... 조금 맛만 보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나의 '소심한'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첸은 세 개를 사서 하나씩 나눠줬다.
두툼한 빨대로 한 모금 살짝 빨아보니 미끈미끈한 시커먼 덩어리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우욱...가뜩이나 밍밍한 밀크티에 대체 이게 무슨 몹쓸 짓인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성의를 봐서 찔끔찔끔 마실 수 밖에 없었다. 반도 못 마셨는데 남은 양은 도저히 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입만 대며 틈틈이 마시는 척 하다가 둘 다 앞에서 딴 데 정신 파는 사이 큰 쓰레기 통에 슬쩍 버려 '증거인멸'에 성공했다.
다음 날 저녁 야시장에 갔는데, 또 그놈의 개구리알 밀크티를 먹자는 것이다. 이번엔 한 마디 안할 수 가 없었다. "더는 못 먹어!" ('아니 먹을 게 없어 개구리 알을 퍼 먹어?'라는 뉘앙스로) 나의 진지한 표정에 완전히 쓰러진 두 여자, 그리곤 나오는 한 마디.
"어머, 그거 진짜 아냐!"
엥? 그랬다. 문제의 그 검은 덩어리는 타피오카로 만든 녹말 덩어리였다. 당시에는 한국에서 '버블티'가 그다지 유행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타이완에서는 이 건더기를 재미로 개구리알이라고 부른다나. 좋은 느낌을 주는 것 같지도 않은데 굳이 그렇게 불러야 하나?
Taipei, Taiwan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카사바cassava. 그 뿌리에서 얻는 전분을 3~5mm의 알갱이로 만든게 바로 타피오카 펄Tapioca pearl이다. 그리고 이것을 넣은 밀크티가 1980년대에 타이완에서 등장한 음료, 버블티다.
한편,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무엇에든 항상 의문을 갖는 습관'을 강조했다. 이것이 꼭 여행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리라.
* 여행 에피소드 시리즈는 여행매거진 '트래비'와 일본 소학관의 웹진 '@DIME'에서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