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보통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서버가 물을 따라준다. 비용은 무료이다. 유럽 내에서는 음료와 함께 물도 같이 주문하는 편이다. 물이 크게 비싸지 않을뿐더러 석회질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음식과 어울릴 만한 음료만 주문한다. 물론 항상 이런 나만의 원칙이 통하는 건 아니다. 언제나 예외는 있다.
뉴욕은 세계 최고의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도시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곳 중 하나이다. 여기에 미국의 팁문화는 덤이다. 잠을 자든, 먹고 마시든 수시로 팁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심지어 아예 계산서에 팁 금액을 포함하여 준비해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설상가상으로 뉴욕의 팁 비중은 미국 내에서도 높기로 유명하다. (총액의 18%~25% 정도이다.) 그 말인즉, 많이 먹고 마시는 만큼 팁도 많이 내야 한다.
입에 들어가는 건 뭐든지 크게 만드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미국이란 나라에선 물 한 병을 주문해도 1리터짜리가 나온다. 어릴 때부터 나는 식사 중엔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대개의 경우 전후의 입 헹굼용으로 사용할 뿐이었다. 당연히 혼자서 다 마시지도 못하는 물을 굳이 비싼 가격에 팁까지 더해가며 주문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의 대답은 언제나 ”Tap water, please!"였다. 그러나 여행 중엔 자의든 타의든 평소와 다른 선택과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말이다.
뉴욕의 어느 유명한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다.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파파라치 사진이 찍히는 그런 곳이다. 명성만큼 가게 내외부는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서버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히 한 자리가 비어 기다림 없이 안내를 받을 수 있었고, 큰 고민 없이 주문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리고 스틸워터 하나 주세요.”
‘뭐! 스틸워터?’ 여지없이 커다란 투명 유리병에 담긴 생수 하나가 내 앞에 놓였다. 능수능란한 서버의 스킬에 나도 모르게 물을 주문한 것이다. 그녀의 노련함에 감탄하며 50달러짜리 한 장과 결국 다 마시지 못한 물을 남긴 채 가게를 나섰다. 그렇다. 나는 50달러짜리 아침식사를 했다. 그중 팁이 10달러인 건 뉴욕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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