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낯선 이의 '서비스'에 감동받아 본 적이 있는가? "무료로 업그레이드해 줬어요.", "서비스로 뭘 줬어요.", “할인해 줬어요.”, 이런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접하게 된 아주 작은 정성이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에겐 그런 순간이 있다.
여느 날처럼 느지막이 일어나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객실을 나섰다. 일단 카페에 들러 아이스 라떼 한 잔을 시켜놓고 스마트폰 메인에 뜬 그날의 뉴스 기사와 검색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호텔에서 저 호텔, 카지노를 가로지르며 여기저기 구경하고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 식사를 먹은 뒤 그날의 공연도 봤다. 그리고 다시 호텔 객실로 돌아간다.
여기까지는 그냥 어느 평범한 라스베이거스의 하루였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편, 내가 화장대로 쓰던 공간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아무렇게나 던져둔 파우치, 로션, 향수 등이 하나하나 새하얀 종이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팁 Tip 이 원동력이 되는 나라에서 잔돈이 없다는 이유로 이날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나왔었다. 침대 머리맡에 팁을 두고 나오지 않았더니 물을 안 채워줬다, 쓰레기통을 안 비웠다, 타월을 안 줬다, 이런 얘기들은 나의 경험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외출했다 돌아온 객실은 너무나 훌륭히 정비되어 있었고, 나는 너무도 미안해졌다.
'이게 뭐가 특별하다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숙객이 잠깐 자릴 비운 사이, 또는 누군가 체크아웃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체크인하기 전에 신속히 해야 하는 게 객실정비이다. 시간을 다투는 이런 일에 일일이 종이를 깔고 작은 물건 하나하나를 정리한다는 건 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작은 정성이 나를 감동시켰다. 다음 날, 쪽지와 함께 베개 위에 10달러를 남기고 체크아웃했다. 물론 같은 직원이 다시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해지길 바라며.
“어제는 고맙고 미안합니다. 당신이 한 일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수많은 호텔 중 하나였다. 특급 호텔답게 부족한 점은 없었지만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그런 곳 말이다. 그러나 이름 모를 누군가의 일상으로 인해 나는 지금까지도 이곳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하며 가슴 한편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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