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Eagle과 E.l.f. 사례로 본 ‘순간 마케팅’
지난 7월 말, American Eagle은 배우 시드니 스위니(Sydney Sweeney)를 앞세운 최대 규모 캠페인 “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를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몇 일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캠페인은 TikTok, Threads, Substack 등 전 플랫폼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단순한 패션 캠페인이 아니라 밈, 패러디, 과도한 성적 대상화 논란, 그리고 인종적 함의까지 덧씌워진 문화적 논쟁으로 확장된 것이죠. 결국 American Eagle은 공식 입장을 내며 “이 캠페인은 언제나 그녀의 *jeans(청바지)*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야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E.l.f. Cosmetics 역시 “The Law Offices of e.l.f.ino & Schmarnes”라는 유머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코미디언 맷 라이프(Matt Rife)와 드래그 아티스트 하이디 N’ Closet이 등장했지만, 곧바로 TikTok에서는 ‘제품 버리기 챌린지’까지 등장하며 불매 움직임으로 번졌습니다. E.l.f.는 곧바로 “유머러스하게 ‘뷰티 불평등’을 조명하려 했지만 일부 커뮤니티에는 상처를 주었다”며 사과문을 냈습니다.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실패한 광고’가 아닙니다. 오늘날 광고는 더 이상 브랜드에서 소비자로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메시지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재해석되고 패러디되며 심지어 정치화되는 ‘공동 저작물’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전통적으로 광고는 TV·잡지처럼 폐쇄적인 미디어 채널에서 송출되었습니다. 소비자가 반응하더라도 브랜드에 직접 도달하기는 어려웠죠. 하지만 TikTok 시대에는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누구나 스마트폰과 미니 마이크만 있으면 자신의 의견을 콘텐츠로 생산할 수 있고, 그중 일부는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마케팅 전문가 더그 게리 스콧(Doug Gary Scott)은 이를 “순간 마케팅”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스크롤 기반 사회에서 살고 있고, 소비자는 그 순간의 감정에 따라 ‘좋아요’, ‘불매’, ‘패러디’로 즉각 반응합니다. 이 과정에서 광고는 더 이상 완결된 메시지가 아니라, 사회적 투표와 같은 일종의 레퍼렌덤(referendum)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브랜드에 양날의 검이 됩니다.
긍정적 사례: Gap은 글로벌 걸그룹 Katseye와 함께한 “Better in Denim” 캠페인으로 수천만 조회수를 얻으며 ‘즐거운 경험’을 창출했습니다.
부정적 사례: American Eagle과 E.l.f.처럼 의도와 달리 ‘분노’를 자극하는 순간, 소비자는 단순 불평을 넘어 ‘불매 인증’까지 가시적 행동으로 이어갑니다.
문화 전략가 레이첼 로웬스타인(Rachel Lowenstein)은 “오늘날 브랜드는 단순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델 캐스팅을 넘어 문화적 감수성을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여성과 Z세대 문화의 흐름은 빠르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큰 역풍을 맞는다는 것이죠.
논란이 단기적으로 브랜드 주가나 트래픽을 올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American Eagle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급 이후 주가가 상승했고, 테일러 스위프트와의 연관성으로 또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분노를 유발하는 것은 쉽지만, 소비자를 기쁘게 하고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의도치 않은 분노’를 최소화하면서, 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한 기획입니다. 단기적 화제성보다, 장기적으로 소비자와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결국 브랜드 자산을 키우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American Eagle과 E.l.f.의 사례는 오늘날 광고가 더 이상 단순한 ‘메시지 전달’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TikTok은 광고를 문화 이벤트로 만들었고,
소비자는 단순 수용자가 아닌 공동 창작자가 되었으며,
브랜드는 이제 즉각적 여론과 문화적 감수성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즉,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타깃팅을 넘어, 문화 전략(cultural strategy)을 내부 역량으로 갖추는 것이 필수입니다. 광고는 더 이상 ‘광고’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의 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