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니치 향수의 질주와 샬롯 틸버리의 아마존 진출

스페인 뷰티 그룹 푸이그(Puig) 전략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스페인 뷰티·패션 그룹 푸이그(Puig)가 2025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샬롯 틸버리(Charlotte Tilbury), 바이레도(Byredo), 라바네(Rabanne) 등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푸이그는 전년 대비 7.7%의 유기적 매출 성장(2.3억 유로, 약 2.7억 달러)을 기록했다. 특히 니치 향수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럭셔리 뷰티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byredo-blanch.jpg?w=1140&h=600&crop=1

니치 향수, ‘작은 사치’가 만든 큰 성장

푸이그 매출의 73%는 여전히 향수 카테고리에서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바이레도(Byredo), 르 아르티장 퍼퓨머(L’Artisan Parfumeur), 펜할리곤스(Penhaligon’s) 등 니치 향수 브랜드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견인했다.


바이레도의 창립자 벤 고럼(Ben Gorham)이 지난 6월 브랜드를 떠나면서 업계에서는 정체성 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지만, 푸이그는 글로벌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통해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니치 향수의 인기는 단순히 ‘향’의 차별성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푸이그는 이를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 고급 소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샬롯 틸버리, 아마존 진출로 메이크업 성장 가속

반면, 메이크업 부문에서는 샬롯 틸버리가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에스티로더 등 경쟁사들이 메이크업 부문에서 주춤하는 사이, 샬롯 틸버리는 아시아 팝업 스토어(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적극적인 디지털 캠페인을 통해 아시아·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특히 2025년 3분기부터 미국 아마존에 입점하면서 본격적으로 D2C(Direct-to-Consumer)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병행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가동한다. 이는 뷰티 시장 내 전통적 오프라인 강자의 이미지를 넘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성장: 아시아·미국의 부상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은 14.7%라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으며, 이는 K-뷰티와 J-뷰티 트렌드 속에서 고급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동반 성장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미주 지역 역시 6.5% 성장하며 푸이그의 글로벌 확장세를 뒷받침했다. 반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은 3.9%로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는 시장 성숙도와 경기 불확실성, 그리고 관세 문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 강화와 장기 비전

푸이그는 올해 새로운 부CEO 직책을 신설하며 장기적 경영 체제 강화에 나섰다. 호세 마누엘 알베사(Jose Manuel Albesa)가 그 역할을 맡으며, CEO 마크 푸이그와 함께 글로벌 확장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 푸이그는 “CEO로 취임한 이후 20년 동안 회사는 6배 이상 성장했다”며, 복잡해지는 글로벌 시장 속에서 리더십 다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글로벌 뷰티 산업의 교차로에 선 푸이그

푸이그의 이번 실적은 단순한 매출 성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니치 향수는 소비자 정체성을 반영하는 럭셔리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며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샬롯 틸버리의 아마존 진출은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디지털·이커머스 전략을 본격화하는 대표적 사례다.

아시아 시장의 급성장은 앞으로의 글로벌 뷰티 판도에서 동아시아가 핵심 전장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결국 푸이그는 전통적 럭셔리와 디지털 전환, 유럽 중심 브랜드와 아시아 성장 시장이라는 두 개의 교차로에서 균형 있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향후 크리스마스 시즌과 관세 변동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푸이그의 다각화된 브랜드 전략은 글로벌 뷰티 산업의 미래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리오의 IP 제국, 그 성공 공식의 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