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리오의 IP 제국, 그 성공 공식의 해부

글로벌 ‘귀여움(Kawaii)’ 경제의 교과서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1974년, 일본의 작은 선물 회사에서 태어난 입 없는 고양이 캐릭터 헬로키티는 이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내는 미디어 프랜차이즈(포켓몬에 이어)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카와이(Kawaii)’ 문화의 글로벌 대사로 성장한 산리오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지적재산(IP)을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하고, 확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산리오의 성공은 단순한 상업적 성취가 아니라, IP가 장기적 전략과 정교한 운영을 통해 세대를 초월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 현상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산리오가 어떻게 ‘귀여움’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며 IP 제국을 구축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67e4f5e64edb30c13eb38671_AD_4nXeu73tWSqFg6ndAs5tj5AsrHKptuD7Jmlq4N2ncOohCesBToT6jyoeC1h0ZcArR3VLKqz3IG2DO0uh0bV1Ly7Hk9kRDItaSUnJ1AqLopnSd-Y3ukiYf00bWC4viMKU_0mKwJ0aofg.png

1. 전략적 IP 설계: 감정의 ‘빈 캔버스’

헬로키티의 가장 큰 특징인 ‘입 없는 얼굴’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빈 캔버스로서, 언어·문화 장벽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논란 가능성을 최소화하며 글로벌 라이선스 파트너에게도 매력적인 자산이 되었습니다.

또한 산리오는 헬로키티에만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마이멜로디, 쿠로미, 시나모롤, 폼폼푸린, 그리고 직장인의 애환을 대변하는 어그레츠코까지 — 다양한 캐릭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켰습니다. 캐릭터마다 간단한 배경 스토리와 관계도를 부여해 팬덤 몰입도를 높이고, 애니메이션·게임·테마파크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2. 라이선싱: 수익 그 이상의 전략적 엔진

산리오의 비즈니스 모델 핵심은 라이선스입니다. 전 세계 109개국, 1,700개 이상의 라이선시, 매년 5만 개 이상의 제품이 출시되는 규모는 그 자체로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산리오의 라이선싱은 단순한 판매 확대를 넘어 전략적 도구로 작동합니다. 스와로브스키·세포라 같은 명품·뷰티 브랜드와의 협업은 헬로키티를 아동 캐릭터에서 성인 여성의 패션 아이콘으로 재포지셔닝했습니다. 닥터마틴, 푸마, e스포츠 팀 Fnatic과의 협업은 젊은 남성과 게이머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공략했습니다.

또한 산리오는 제품의 홍수 속에서도 엄격한 디자인·메시지 가이드라인을 지켜 브랜드 정체성을 보호했습니다. 여기에 산리오 퓨로랜드, 헬로키티 카페 등 오프라인 경험 공간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팬덤 공동체를 강화하는 중요한 축이 되었습니다.


3. 글로벌 팬덤 관리: 현지화와 디지털 네이티브 공략

산리오의 지속적 성공은 팬덤 관리 전략에서 비롯됩니다. 단순 번역을 넘어 문화적 맥락에 맞는 현지화, 지역별 주요 유통망 활용 등 정교한 로컬 전략은 글로벌 확산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특히 CEO 츠지 토모쿠니 체제 이후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입니다. 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에 최적화된 숏폼 영상, 캐릭터 일상 스토리, 밈 챌린지, 팬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팬덤의 자발적 콘텐츠 생성(UGC)을 유도했습니다.

연례 ‘산리오 캐릭터 랭킹’은 대표적 팬 참여 이벤트입니다. 2024년에는 5,700만 표를 기록하며 단순 인기투표를 넘어 대규모 팬 커뮤니티 활성화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4. 위기와 혁신: 지속 가능한 IP 생명력

IP의 영속성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산리오 역시 2010년대 후반 정체기를 겪었지만, 빠른 위기 인식과 세대 교체 리더십을 통해 디지털 전환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단행했습니다.

헬로키티 의존도를 줄이고, 쿠로미·시나모롤·어그레츠코 같은 캐릭터에 집중 투자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습니다. 더 나아가 AR 필터, VR 테마파크, NFT,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을 적극 실험하며 Z세대·알파세대를 겨냥한 장기 성장 엔진을 마련했습니다.


5. IP 경영의 본질: 장기적·비전적 접근

산리오의 사례는 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단기 유행보다 장기적 IP 관리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헬로키티가 단순 캐릭터에서 ‘글로벌 문화 상징’으로 성장한 것은 감정적 가치(귀여움)와 정교한 IP 경영 전략이 결합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든 산업의 기업들이 참고해야 할 교훈입니다.


산리오의 성공은 ‘IP 관리’가 단순한 법적 권리 관리가 아니라, 전략적 브랜드 경영의 핵심 역량임을 증명합니다.

캐릭터 설계에서 보편성과 확장성을 고려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시장 변동성을 흡수하며,

정교한 라이선싱과 협업으로 IP 가치를 극대화하고,

팬덤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를 유지하며,

미래 기술에 대비한 혁신을 지속할 것.

이 다섯 가지가 산리오 제국을 반세기 이상 지탱한 비밀이자, 오늘날 IP 중심 경제에서 모든 기업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성공 공식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Sam’s Club, 오프라인을 넘어 새로운 전자상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