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유통 전략
미국 대형 창고형 유통업체 Sam’s Club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있다. 9월 1일을 기점으로 웹사이트와 앱을 전면 개편하며, 100% 회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UI 업데이트를 넘어, 디지털과 오프라인 매장을 긴밀히 연결하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새 앱의 가장 큰 변화는 좌측 상단에 배치된 ‘글로벌 인텐트 센터(Global Intent Center)’다.
회원은 쇼핑을 시작할 때부터 픽업, 커브사이드, 배송(Ship-to-home)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된 옵션에 따라 상품 추천, 재구매 편의성, 시간대 예약 등이 개인화된다.
특히 배송을 선택한 경우, 기존에 몰랐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어 신규 카테고리 확장에도 효과적이다.
이처럼 Sam’s Club은 Fulfillment 옵션을 고객 여정의 출발점에 두어, 경험을 맞춤화하고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새로운 앱은 단순히 빠른 로딩 속도와 영상·이미지 확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Sam’s Club은 MAP(Member Access Program)이라는 자체 광고 비즈니스를 앱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광고는 고객의 구매 여정 맥락 속에서 제안되며, 이는 곧 매출뿐 아니라 매장 리모델링·직원 임금 인상 등 회원 경험 개선으로 재투자된다.
즉, 광고 = 불편한 노출이 아닌 회원 가치 강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Sam’s Club의 차별점은 절반 이상의 이커머스 주문을 오프라인 클럽에서 직접 처리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매장 자체를 디지털 실험장으로 전환 중이다.
텍사스 그레이프바인과 애리조나 템피 매장은 디지털 테스트베드로 설계, 기존 1,500평방피트 규모의 물류 공간을 각각 6,000~7,000 평방피트로 확대했다.
결제 라인 대신 Scan & Go 셀프결제 도입, 피자 및 보석 배달 서비스 같은 온라인-오프라인 융합 서비스 실험도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물류 최적화를 넘어, 회원 경험을 ‘놀라움과 즐거움(Surprise & Delight)’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Kantar의 분석에 따르면 Sam’s Club의 경쟁우위는 편의성이다.
Walmart의 방대한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체 배송망을 운영, Instacart에 의존하는 Costco와 차별화한다.
팬데믹 이후 소비자가 다시 인간적 교류를 중시하는 트렌드 속에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 오히려 인간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Sam’s Club의 과제는 ‘효율과 자동화’ vs ‘사람 중심의 따뜻함’이라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이는 Costco가 여전히 강점을 가진 영역이다.
Sam’s Club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UI 개편이 아니라 창고형 클럽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를 보여준다.
옵션 중심의 맞춤형 UX → Fulfillment 기반 개인화 경험
광고의 재정의 → 회원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매장 역할 전환 → 디지털 실험장 + 물류 허브
차별화 포인트 확보 → Walmart 네트워크 기반의 속도와 편의성
이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리테일 업계에도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매장 = 체험 공간 + 물류 거점’이라는 이중적 역할, 그리고 디지털 전환과 인간적 경험의 균형은 앞으로 모든 리테일 기업이 직면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