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보호와 유통 신뢰 강화를 위한 중대한 전환점
아마존이 드디어 논란의 중심이었던 ‘커밍글링(Commingling)’ 프로그램을 공식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시애틀에서 열린 연례 Accelerate 셀러 콘퍼런스에서 공개되었으며, 현장에 모인 셀러들로부터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순간이었습니다.
커밍글링은 아마존이 동일한 상품을 여러 셀러로부터 받아 한 바코드로 묶어 보관·출고하는 제도였습니다.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배송 속도를 단축한다는 취지였지만, 위조품·불량품·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정품과 섞여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존슨앤드존슨은 2013년 아마존에서 자사 제품을 일시 철수하며 “유통 관리가 부실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고객이 가짜나 불량품을 받았을 때 신뢰와 평판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구조였던 것이죠.
아마존은 이번 발표에서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물류 네트워크의 고도화
아마존은 이미 전국 단위 풀필먼트 센터를 확충해, 커밍글링 없이도 빠른 배송을 보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더 이상 ‘재고 풀링’이 속도 우위를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브랜드 비용 증가
아마존 추산에 따르면, 브랜드 오너들은 지난 1년간 제품에 새 라벨을 붙이는 ‘리스티커링(re-stickering)’ 작업에만 6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커밍글링은 오히려 브랜드와 셀러들에게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물류 운영의 변화가 아니라, 아마존의 브랜드 중심 전략 전환을 상징합니다.
아마존은 최근 나이키와의 도매 파트너십을 재개하며, 무분별한 리셀러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와의 직접 거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업계 분석가 벤 도노반(Marketplace Pulse)은 “이번 결정은 아마존이 브랜드를 보호하고 리셀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라며, “리셀러에게는 점점 더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즉, 이번 조치는 브랜드 친화적 정책과 리셀러 규제 강화라는 두 축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셀러: 정품 브랜드 소유자에게는 신뢰 회복과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됩니다. 반면, 재판매에 의존하던 리셀러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 위조품과 불량품 위험이 줄어들면서 아마존에서의 구매 경험이 보다 안전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마존이 같은 행사에서 AI 기반 셀러 어시스턴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셀러들이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커밍글링 종료 소식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화려한 기술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즉, 브랜드 신뢰와 시장 질서 회복—이 셀러들에게 훨씬 중요한 의제임을 보여줍니다.
아마존의 커밍글링 종료는 단순히 물류 정책 변경이 아니라, 브랜드 신뢰와 플랫폼 건전성을 회복하려는 전략적 행보입니다.
글로벌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쇼핑 환경을,
브랜드와 셀러에게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안으로 단계적 폐지가 이루어질 예정인 만큼, 아마존은 이제 ‘속도’보다 신뢰의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