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의 전략적 전환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Alibaba)와 바이두(Baidu)가 엔비디아(Nvidia)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개발한 AI 칩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있어 사실상 엔비디아 칩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수년간 도입한 수출 규제는 중국 시장에 판매되는 칩의 성능을 제한했고, 동시에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라는 정책 기조를 기업들에게 강하게 요구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더 이상 엔비디아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모델을 뒷받침할 ‘내부용 칩’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용도: 소규모 AI 모델 훈련용으로 이미 사용 중.
성능: 엔비디아의 중국용 H20과 비슷한 수준. 일부 개선된 버전은 5년 전 출시된 A100보다 약간 우위.
생산 파트너: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와 협력.
용도: 자체 대형 언어모델(ERNIE)의 훈련 및 사후(post-training) 단계 적용.
특징: 대규모 언어모델에 최적화되어 추론과 학습을 동시에 수행 가능.
성능: 엔비디아 최상위 칩에는 못 미치지만, 대체재로 충분히 활용 가능.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빅테크의 전략과도 유사하다. 구글은 TPU, 아마존은 Trainium을 자체 설계해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용하면서도 여전히 엔비디아 칩을 병행 사용한다.
즉, “자체 칩 + 엔비디아 칩”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공통된 행보다. 중국 기업들이 독자 칩 개발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성능 격차로 인해 단기간에 엔비디아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 기업들의 또 다른 과제는 제조 파트너의 한계다.
알리바바는 TSMC와 협력해 칩을 생산하려 했으나, 미국 수출 규제로 인해 반복적인 재설계를 거쳐야 했다.
결국 2024년 이후 TSMC가 생산 제약을 강화하면서, 알리바바는 대만에서 진행하던 칩 생산을 회수하고 SMIC와 협력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SMIC는 기술력이 여전히 TSMC·삼성보다 뒤쳐져 있어, 제조 공정에서 성능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알리바바·바이두의 기술적 선택을 넘어, 중국 AI 산업의 전략적 자립 시도를 보여준다.
단기적 의미: 엔비디아 의존도 감소, 미국 규제 리스크 완화. ‘충분히 쓸 만한’ 수준의 자국 칩 확보.
중장기적 전망: 성능 격차가 존재하지만, 중국 내 AI 산업은 점차 독자 생태계를 구축할 것.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빅테크와의 칩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 SMIC,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업체와 빅테크 간의 협업이 확대되면서 “중국식 AI 반도체 생태계”가 자리잡을 가능성.
알리바바와 바이두의 자체 칩 도입은 미국 규제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자, 장기적으로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 전략적 실험이다. 당장은 엔비디아의 기술적 우위가 뚜렷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충분히 경쟁 가능한” 칩 생태계가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중국 AI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질서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