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시장 판도를 흔들다
E.l.f. Beauty가 다시 한 번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CEO 타랑 아민(Tarang Amin)은 10억 달러 규모의 Hailey Bieber 스킨케어 브랜드 Rhode 인수를 발표하며, 단순한 화장품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뷰티 리더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확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E.l.f.의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 Z세대를 사로잡은 제품 포트폴리오, 그리고 글로벌 유통망 확장 계획이 결합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E.l.f.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관세 정책으로 인해 순이익이 30% 감소하며 주가가 11% 가까이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E.l.f. 제품의 75%는 중국에서 조달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CEO 아민은 이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26분기 연속 순매출 성장이라는 확고한 성과를 강조하며 단기적 충격보다 장기적 성과에 무게를 두었다. “우리는 26분기 동안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어왔다. 결국 일관된 성과가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시장은 결국 이를 인정한다.”
E.l.f.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저렴하지만 프리미엄 같은’ 포지셔닝과 이를 확대시킨 소셜 마케팅 전략이 있다. TikTok에서의 폭발적인 바이럴, Roblox 내 브랜드 경험, 심지어 Super Bowl 광고까지—E.l.f.는 Z세대와 알파세대를 겨냥해 문화적 접점을 전략적으로 점유해왔다.
그 결과, 2024년 E.l.f.는 미국에서 판매량 기준 1위 색조 화장품 브랜드, 매출 기준 2위를 기록했으며, Z세대·알파세대·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많이 구매한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는 단순한 ‘저가 브랜드’의 성공이 아니다. 오히려 고급 브랜드의 대체재(dupe)로 각광받으며, ‘스마트한 소비’를 즐기는 세대에게 이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Hailey Bieber가 론칭한 Rhode는 단 3년 만에 2억 1,200만 달러 매출을 달성하며 초고속 성장한 브랜드다. 이번 인수를 통해 E.l.f.는 색조 화장품을 넘어 스킨케어 영역까지 확장하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된다. 특히 Rhode 제품은 올가을부터 세포라(Sephora) 미국 매장 입점이 확정돼, 유통 채널의 다각화와 프리미엄 고객층 공략에도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이번 거래는 6억 달러 규모의 부채 조달이라는 부담을 동반한다. 그러나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공격적이지만 긍정적인 투자’로 평가한다. Baird의 Jon Tenan은 “이 거래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E.l.f.가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l.f.는 이미 에스티로더(Estée Lauder), 로레알(L’Oréal) 같은 전통 강자들을 위협하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77%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첫 10억 달러 매출을 돌파한 이후, 다음 단계는 ‘글로벌 1위 매스 코스메틱 브랜드’라는 목표다.
Bank of America Securities의 애널리스트 Anna Lizzul 역시 “장기적으로 E.l.f.가 전 세계에서 1위 대중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망했다.
E.l.f.의 Rhode 인수는 단순한 M&A가 아니라, Z세대와 알파세대가 주도하는 뷰티 시장의 권력 이동을 상징한다. 저가와 프리미엄의 경계를 허무는 제품 전략, 소셜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팬덤 구축, 그리고 글로벌 리테일 네트워크 확장은 전통 뷰티 공룡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와 유연성을 보여준다.
단기적 관세 리스크와 부채 부담에도 불구하고, E.l.f.는 새로운 세대의 ‘가장 사랑받는 뷰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hode 인수는 그 여정을 가속화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