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엔비디아
AI 인프라 확장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오픈AI(OpenAI)와 엔비디아(Nvidia)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이례적인 비즈니스 모델, ‘칩 리스(Chip Leasing)’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이는 단순한 구매 계약이 아닌, 차세대 AI 시장의 자본 조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실험이기도 하다.
현재 오픈AI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컴퓨팅 비용으로 ‘현금 소각’을 이어가고 있다. 자체 추산에 따르면 2029년까지 누적 현금 소모만 1,15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대 6천억 달러에 이를 수 있는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을 전액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칩 리스 모델은 이런 자금 압박을 완화한다.
초기 자본 지출 축소: 구매 대신 임대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선투자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술 리스크 분산: 칩 교체 주기가 짧은 AI 시장에서, 구매보다 임대가 기술 노후화 리스크를 줄여준다.
재무 구조 개선: 칩을 담보로 한 금융 구조를 활용, 엔비디아가 중간에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다.
실제로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을 통해 이미 엔비디아 칩 서버를 ‘임대’해 사용 중이다. 이번 논의는 이를 더 직접적이고 구조화된 모델로 확장하는 셈이다.
이번 구조에서 흥미로운 점은 엔비디아 역시 단순 칩 제조사 역할을 넘어 금융 및 파트너십 조력자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칩을 담보로 한 자금 조달: 엔비디아가 별도 법인을 세워 서버를 구매하고, 이를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실행한다.
자문사 역할: 데이터센터 위치 선정, 엔지니어링, 설계 단계에서 오픈AI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며 ‘AI 인프라 설계 파트너’로 자리매김.
에쿼티(Equity) 투자: 올해만 100억 달러 현금을 오픈AI에 투자해 5000억 달러 밸류에이션 기준 약 2% 지분을 확보한다.
즉, 엔비디아는 단순한 칩 판매를 넘어 “칩+자본+컨설팅” 3종 세트를 제공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셈이다. 이는 클라우드 3대 기업(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의존도가 높은 현재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번 논의는 AI 인프라 시장에 세 가지 함의를 던진다.
AI 데이터센터의 금융화 칩이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담보 자산’으로 취급되며 금융권과 연결된다. 실제로 일부 데이터센터 사업자들도 이미 엔비디아 칩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실행한 바 있다.
AI 전력 경쟁 가속화 오픈AI는 이번 구조를 통해 최대 10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2023년 기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전체 용량(5GW)의 두 배로, “국가 단위” 전력 수준이다.
칩 공급자의 권력 강화 클라우드 기업이 아닌 칩 제조사가 직접 시장의 ‘금융 구조’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더 확대된다. 이는 향후 다른 AI 기업들도 비슷한 모델을 채택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샘 올트먼(OpenAI CEO)은 최근 “컴퓨트 증가는 곧 매출 증대의 핵심”이라며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을 예고했다. 이번 엔비디아와의 칩 리스 모델은 그 실험의 첫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AI 기업들이 거대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하드웨어 리스, 칩 담보 대출, 합작 투자 등 다양한 금융 공학을 활용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엔비디아라는 ‘AI 경제의 중앙은행’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오픈AI와 엔비디아의 칩 리스 논의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거래를 넘어, AI 인프라 산업이 금융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제 AI 경쟁은 알고리즘과 모델 성능을 뛰어넘어, 누가 더 혁신적인 자본 구조와 파트너십을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단순 칩 공급자가 아니라 ‘AI 인프라 은행’으로 변신하고 있고,
오픈AI는 금융공학적 접근을 통해 한계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이 흐름은 모든 AI 기업과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시그널을 던진다: 앞으로의 패권 경쟁은 기술력과 자본력의 결합, 즉 테크+파이낸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칩 리스 모델은 오픈AI와 엔비디아의 개별적인 계약을 넘어,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제시한다. “혁신적인 기술+혁신적인 금융 구조”가 결합될 때에만, 10GW급 초대형 인프라와 수천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