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라의 새로운 세대, 알파를 맞이하다
뷰티 리테일의 중심인 세포라(Sephora)가 이제 ‘Z세대 다음 세대’인 알파세대(Gen Alpha)를 공식적으로 고객으로 맞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직 15세 이하이지만, 이미 스킨케어 루틴을 공유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하며, 뷰티 시장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 세대다.
최근 세포라가 선보인 두 개의 신규 브랜드는 이 변화의 상징적 시작점이다.
Sincerely Yours: 아버지이자 크리에이터 조던 매터(Jordan Matter)와 딸 살리시 매터(Salish Matter)가 함께 만든 브랜드로, 알파세대의 감성을 반영한 첫 뷰티 브랜드
Evereden: 10월 14일부터 Sephora.com에 입점 예정으로, 트윈(초등~중학생) 피부에 맞춘 순한 성분과 포뮬러를 내세운 브랜드
이 두 브랜드는 단순히 ‘어린이용 화장품’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자 세대의 문화적 출발점이다.
소셜미디어 세대인 알파는 ‘선반 위 미학(Shelf Aesthetic)’에 집착한다.
이들에게 화장품은 단순한 스킨케어 제품이 아니라 “내 방, 내 책상, 내 피드의 일부”다.
세포라의 리포트에 따르면, 이 세대는 ‘귀엽고 감각적인 패키지’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며, 성분보다 ‘보이는 이미지’를 먼저 판단한다.
이것은 인스타그램의 ‘Shelfie(선반 사진)’ 문화와 틱톡의 영상형 쇼케이스 콘텐츠가 결합된 결과다.
즉, 이들은 이미 “비주얼 중심의 소비자”로 성장하고 있으며, 브랜드는 이들의 감각적 언어를 이해해야만 한다.
Sincerely Yours의 제품군은 단 네 가지다:
클렌저, 수딩 미스트(Soothing Serum Spray), 저자극 보습제, SPF.
이들은 ‘아이들이 굳이 사용할 필요 없는’ 성분을 과감히 제거했다.
드렁크 엘리펀트(Drunk Elephant) 열풍으로 인해 활성 성분(active ingredients)에 과도하게 몰입하던 Z세대의 반작용이다.
이 브랜드의 핵심은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전성분”이자,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심플함”이다.
즉, 브랜드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가 없는 안전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다.
스프루흐-파이너(Spruch-Feiner)는 “이 세대는 충성도가 낮고, 호기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Z세대 이후 소비자는 한 브랜드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브랜드의 목표는 ‘락인(lock-in)’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관계(Brand that grows up with you)’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으로 버블(Bubble)은 10대 초반 스킨케어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고객이 성인으로 성장함에 따라 제품 라인업을 함께 확장하고 있다.
Sincerely Yours나 Evereden 역시 ‘어린 시절의 첫 스킨케어 브랜드’에서 ‘청소년기까지 동행하는 브랜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세포라의 이러한 움직임이 ‘피부 케어’뿐 아니라 웰니스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브랜드 코페르니(Coperni)는 최근 ‘C+’ 라인을 출시했다 — 프리·프로바이오틱이 함유된 애슬레저 컬렉션으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을 보호한다는 콘셉트다.
또한 세라비(CeraVe)는 NBA 공식 스킨·헤어케어 파트너로 선정되며, 스포츠와 뷰티의 교차점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 카테고리 확장을 넘어, ‘건강·피부·라이프스타일의 통합적 브랜딩’으로 뷰티 산업의 경계를 넓히는 전략이다.
Gen Alpha는 아직 용돈을 쓰는 세대이지만, 결정권과 영향력은 이미 가족 단위를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부모에게 ‘같이 사자’, ‘나도 이거 써보고 싶어’라는 형태로 구매를 유도하며, 이는 곧 가정 내 공동 소비 구조(co-shopping behavior)로 이어진다.
따라서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들을 ‘소비 주체’가 아닌 ‘영향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 미래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은, 지금의 알파세대와 ‘첫 신뢰’를 쌓는 것이다.
Z세대가 ‘셀프 익스프레션(Self-expression)’의 세대였다면, 알파세대는 ‘셀프 큐레이션(Self-curation)’의 세대다. 그들은 자신의 피부, 방, 디지털 공간, 피드까지 모두 하나의 미학으로 큐레이팅한다.
세포라가 이들을 위한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론칭했다는 건, “뷰티 시장의 중심축이 더 어리고, 더 감각적인 세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브랜드에게 남은 과제는 단 하나 — 이 세대의 속도, 감성, 그리고 가치관에 진심으로 동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