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판 신화’에서 옴니채널 실리주의로

이커머스의 부활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팬데믹이 끝나고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많은 이들은 “D2C(Direct-to-Consumer)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5년, 그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출은 다시 팬데믹 시절 수준(전체 소매의 16.3%)으로 회복했고, 벤처 캐피털 자금 유입도 전분기 대비 11% 증가하며 3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커머스는 죽지 않았다. 다만 ‘다르게’ 살아나고 있다.


1. D2C의 신화가 무너진 이유

2010년대 중반, D2C는 혁신의 상징이었다.
Allbirds, Everlane, Dollar Shave Club은 “중간 유통을 없애겠다”며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 ‘중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Meta 광고와 FedEx 운송비가 마진을 집어삼켰다.

1세대 D2C 브랜드들은 쉽게 조달한 벤처 자금으로 SNS 광고를 퍼부으며 빠른 성장을 택했다.
결과는? 모두가 비슷한 제품, 비슷한 톤, 비슷한 스토리를 내세우며 차별화 없는 가격 경쟁의 늪에 빠졌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이 모델엔 모멘텀이 없다”고 판단했고, Allbirds·Casper 같은 대표 브랜드의 주가 폭락은 그 종말을 상징했다.


2. 3세대 이커머스: ‘유통’과 ‘소비 패턴’의 재발견

그러나 지금의 부활은 단순한 반등이 아니다.
새로운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은 완전히 다른 철학을 따른다.

① 리테일러와 손잡는 D2C

과거 브랜드들은 아마존과 월마트를 ‘탐욕스러운 중간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 그들과 협업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되었다.

스낵 브랜드 David Protein은 TikTok Shop에서 6천만 회 노출을 기록한 뒤, 빠르게 The Vitamin Shoppe·Wegmans 같은 오프라인 채널로 확장했다.
또 다른 브랜드 Create는 창업 2년 만에 Target, Sprouts, GNC 전역에 입점했다.
이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서 팔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였다.

“예전엔 우리 모두가 ‘한 채널에만 집중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믿었죠.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채널에 우리를 노출시켜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 Dan McCormick, Create 창업자


② 소비 빈도 높은 ‘리필형 카테고리’ 중심

현재 성공하는 브랜드의 공통점은 ‘소비 주기가 짧은 제품군’이다.
뷰티, 건강기능식품, 음료, 스낵 등 ‘자주 구매되는 제품’이 시장을 주도한다.
반면 의류나 가구처럼 구매 빈도가 낮은 카테고리는 광고비 부담이 훨씬 커졌다.

“Everlane 셔츠는 18개월 뒤 다시 사야 하지만, 그때 Everlane이 여전히 당신 머릿속에 있을까요?” — Michael Brandt, Ketone-IQ 창업자


3. 아마존은 더 이상 적이 아니다

이전 세대 브랜드는 아마존의 수수료와 광고비를 싫어했다.
그러나 이제는 ‘검색의 시작점’으로서의 아마존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

무알콜 음료 브랜드 Recess는 매출의 절반을 아마존에서 올린다.
아마존은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 광고판”으로 쓰이고 있다.
온라인에서 본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집어드는 구조 — 즉, ‘e-comm drives retail, retail drives e-comm’라는 선순환 모델이 형성된 것이다.


4. AI가 바꾸는 ‘검색-구매’의 경로

하지만 새로운 도전도 있다.
ChatGPT, Claude, Perplexity 같은 AI 검색툴의 부상이 온라인 트래픽의 구조를 흔들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Google 검색’ 대신 ‘ChatGPT에게 물어보는’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ChatGPT에 ‘이 제품이 더 낫나요?’ ‘어디서 싸게 사죠?’라고 묻습니다.” — Faheem Siddiqi, FinanceWithin CEO

AI가 추천한 제품은 순식간에 판매가 급등할 수 있지만, AI 검색 최적화(ASO, AI Search Optimization)에 실패한 브랜드는 노출 기회를 잃는다.

“발견과 구매가 한 문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대” — 브랜드가 준비해야 할 다음 전장은 바로 이 지점이다.


5. ‘다르게’ 하는 법: 투자자의 시선에서 본 새 공식

벤처 캐피털리스트 Ben Lerer는 최근 다시 e-commerce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처럼 “빠른 성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정말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 예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요.”

그의 조언은 명확하다.

단기 성장보다 브랜드의 ‘진짜 경쟁력’을 세워라.

옴니채널 판매 구조를 일찍 구축하라.

AI 검색 시대를 대비해 데이터와 제품 정보 구조화에 투자하라.


이커머스의 부활은 ‘플랫폼’이 아닌 ‘관점’의 변화다

과거의 D2C는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브랜드는 “고객이 있는 곳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년의 이커머스는 더 이상 ‘반항적 실험’이 아니다.
리테일과 온라인, SNS와 AI, 소비자와 브랜드의 모든 접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적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커머스의 부활”은, 결국 채널의 부활이 아니라 ‘균형 감각을 되찾은 마케팅의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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