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콤이 웨딩 시장을 새롭게 장악하는 법
From Lake Como to every vanity: How Lancôme turns bridal dreams into brand love
결혼식장은 늘 브랜드에게 ‘로망의 무대’다. 평생 한 번뿐인 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완성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선택된다는 건 단순한 판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랑콤(Lancôme)은 이 특별한 무대를 정조준했다. 단발적인 협찬을 넘어, “모든 신부가 떠올리는 첫 번째 메이크업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한 다층적인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랑콤 미국 총괄 Ramzy Burns는 이렇게 말한다.
“Lancôme은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과 함께하는 브랜드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결혼식은 가장 상징적인 이벤트죠.”
실제로 랑콤은 수십 년간 여성들이 ‘웨딩 트라이얼 메이크업’을 위해 방문하던 백화점 카운터 브랜드였다. 흥미로운 건, 브랜드의 최근 소비자 조사에서 신부 소비자가 비신부 대비 73배 더 높은 랑콤 선호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고급 브랜드’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찾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우아함(timeless elegance)’을 완벽히 대변하기 때문이다.
2025년 여름, 이 전략은 한 번의 웨딩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명됐다.
틱톡 팔로워 470만 명을 보유한 크리에이터 베카 블룸(Becca Bloom) 의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 결혼식에서 랑콤은 공식 메이크업 파트너로 참여했다. 유명 아티스트 Mr. Daniel Makeup이 직접 현장을 총괄했고, 해당 콘텐츠는 랑콤 인스타그램 내 2025년 상위 5개 최다 참여 게시물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어서 랑콤은 뉴욕 브라이덜 패션위크에서 모니크 륄리에(Monique Lhuillier) 와 협업해 런웨이 룩을 선보였다. 두 브랜드가 공유한 핵심 키워드는 ‘페미닌, 헤리티지, 엘레강스’. 륄리에는 “두 아이코닉 브랜드의 결합은 자연스러웠다”고 회상하며 “랑콤은 세대를 아우르는 아름다움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모든 신부가 코모 호수 웨딩이나 모니크 륄리에 드레스를 입을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동화를 사랑한다”는 게 랑콤의 인사이트다.
Burns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현실 속에서 그 동화를 재해석하고 싶어 합니다. 랑콤은 바로 그 순간에 존재합니다.”
랑콤이 보여주는 웨딩 비주얼은 고가의 ‘판타지’지만, 그 감정선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희망’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도 랑콤 립스틱 하나로 느낄 수 있는 감정적 가치 —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 전략이 바로 여기서 작동한다.
이번 캠페인은 단순한 광고 협찬이 아닌 브랜드 팬 기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대표 사례다.
Becca Bloom은 원래 랑콤 제품의 오랜 팬이었고, 브랜드 측은 그녀의 결혼식이 ‘자연스러운 파트너십의 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랑콤이 웨딩 현장에서 촬영한 콘텐츠는 자사 소셜 미디어에서 기존 대비 3배 이상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으며, 관련 이메일 캠페인 또한 50%의 오픈율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유명 크리에이터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의 실제 라이프 모먼트에 브랜드가 진심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랑콤의 브라이덜 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프랑스 그라스(Grasse)에 위치한 도멘 드 라 로즈(Domaine de La Rose) 라는 자사 부동산을 미래의 VVIP 웨딩 장소로 활용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향수의 본고장에서 열리는 랑콤 웨딩이라니,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 내러티브가 된다.
랑콤의 브라이덜 캠페인은 단순한 이벤트성 마케팅이 아니다. 이는 ‘Life Moment Targeting’, 즉 인생의 전환점에 브랜드를 심는 정교한 감성 전략의 대표 사례다. 결혼식은 여성 소비자에게 가장 감정적으로 각인되는 이벤트 중 하나이며, 그날의 메이크업 브랜드는 평생의 기억으로 남는다. 랑콤은 바로 이 ‘기억 자산(memory equity)’ 을 장기적인 브랜드 충성도로 연결하고 있다.
둘째, 랑콤은 ‘럭셔리’의 개념을 재정의한다. 기존의 럭셔리가 가격 중심이었다면, 랑콤은 ‘Emotion-Based Luxury’, 즉 감정 기반의 럭셔리로 포지셔닝을 확장했다. 레이크 코모 웨딩처럼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랑콤 립스틱 하나로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고가의 현실 대신, ‘느낌의 럭셔리’를 구매하는 심리적 만족을 얻는다.
셋째, 이번 캠페인은 ‘Social Proof through Authenticity’의 전형이다. 랑콤은 단순히 인플루언서를 고용하지 않았다. 이미 브랜드를 사랑하던 팬 크리에이터 Becca Bloom을 중심으로, 진정성 있는 팬 베이스에서 출발한 협업 구조를 만들었다. 소비자는 광고보다 진짜 스토리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랑콤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로써 브랜드는 단기적인 화제성보다 깊이 있는 정서적 연결을 구축했다.
넷째, 랑콤의 전략은 ‘Experience Ecosystem’으로 완성된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인플루언서 콘텐츠는 오프라인 카운터에서의 실제 체험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향수의 고향인 프랑스 그라스의 ‘도멘 드 라 로즈(Domaine de La Rose)’ 같은 브랜드 공간으로 확장된다. 디지털에서 현실로, 콘텐츠에서 경험으로 이어지는 완결된 브랜드 여정을 설계한 것이다.
결국 랑콤의 웨딩 전략은 ‘브랜드를 통한 인생의 순간 재현’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순간을 경험하고자 한다. 랑콤은 그 욕망의 지점을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포착했다.
랑콤의 웨딩 전략은 단지 ‘신부 마케팅’이 아니다. 그것은 **‘세대를 잇는 우아함의 복원 프로젝트’**다.
페미닌하지만 진부하지 않고, 클래식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감성.
이 모든 것이 결혼식이라는 한순간에 완벽히 응축될 때, 브랜드는 단순한 화장품이 아닌 ‘추억의 일부’가 된다.
“랑콤은 사랑과 행복,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하는 브랜드입니다.” — Ramzy Burns, GM of Lancô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