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전략적 거리두기’가 의미하는 것
AI 산업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30억 달러를 투자하며 독점적 클라우드 파트너로 자리잡은 지 2년.
이제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품을 벗어나 오라클(Oracle), 구글, 코어위브(CoreWeave), 엔비디아(Nvidia) 등과 잇따라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공급망 다변화가 아니다.
AI 생태계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다.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AI 혁신의 동반자”를 자처했다.
이후 2023년, 투자 규모는 총 130억 달러로 확대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독점 클라우드 제공자가 되었다.
이는 곧 애저(Azure)가 오픈AI의 모든 모델 훈련과 배포의 기반이 됨을 의미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시대의 첫 수혜자로 부상했고,
오픈AI는 안정적인 연산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ChatGPT와 GPT-4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했다.
그러나 그 협업의 성공이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오픈AI가 필요로 하는 컴퓨팅 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프라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진 것이다.
2024년 여름, 오픈AI CEO 샘 알트만(Sam Altman)은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에게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만으로는 우리의 성장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 결과,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클라우드 독점권 해제 허가’를 받았다.
그 직후의 행보는 전례가 없었다.
2024년 7월: 오라클과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계약 체결 (텍사스)
2024년 12월: 추가로 4.5GW 규모 계약, ‘후버댐 두 개 분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규모
2025년 3월: 코어위브(CoreWeave)와 224억 달러 계약
2025년 6월: 구글 클라우드와의 신규 서버 임대 협약
2025년 9월: 엔비디아와 10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공동 구축 투자
이제 오픈AI는 단일 클라우드 의존을 벗어나 다중 인프라 전략(multi-cloud strategy)으로 전환했다.
이는 “AI 독점 구조의 붕괴”를 의미하는 동시에, AI 인프라가 새로운 지정학적 자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오픈AI의 독립을 허락했을까?
단순히 공급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첫째, 리스크 관리 측면이다.
마이크로소프트 CFO 에이미 후드(Amy Hood)는 내부적으로 “오픈AI의 요청을 모두 수용하면 과잉 인프라 투자로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오픈AI가 요구하는 규모(250GW급 데이터센터)를 따라가다 보면 현금흐름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지분 구조와 수익 모델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오픈AI 수익의 20%를 공유하고,
OpenAI의 모델을 자사 제품(Copilot, Bing 등)에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하고 있다.
즉, 직접 서버를 제공하지 않아도 수익은 유지되고,
타사 경쟁 클라우드에서 벌어지는 오픈AI의 성공이 결국 자사 주가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상황을 ‘손실 없는 이별’로 설계한 셈이다.
AI의 성패는 이제 모델이 아니라 전력과 칩, 그리고 데이터센터의 속도에 달려 있다.
샘 알트만은 최근 “2033년까지 250GW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픈AI는 기술 파트너가 아닌, 전력 파트너와 하드웨어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오라클(Oracle): 2027~2030년 사이 3,000억 달러 규모 서버 사용 예정
엔비디아(Nvidia): 차세대 칩 공급 및 1,000억 달러 공동 투자
소프트뱅크(SoftBank): ‘Stargate 프로젝트’ 공동 추진
AI 모델의 경쟁이 곧 에너지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결합으로 확장된 셈이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는 더 이상 의존이 아니라 전략적 공존으로 진화했다.
이들의 관계를 보면, AI 시대의 경쟁이 더 이상 “누가 최고의 모델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고 유연하게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픈AI는 이제 하나의 기업이라기보다 글로벌 컴퓨팅 연합체에 가깝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점 대신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와 기술 리더십을 택했다.
엔비디아, 오라클, 구글은 새롭게 열린 AI 인프라 시장에서 ‘제2의 클라우드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결국 이 동맹의 재구성은 ‘이별’이 아니라 ‘확장’이다.
AI 산업의 판이 넓어진 만큼, 그 속에서의 권력도 재배치되고 있다.
AI의 다음 전장은 연산 능력의 민주화—누가 더 많은, 더 효율적인 계산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